“기자 선생, 반갑습니다” 해운대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박준희 감독은 보자마자 손을 덥석 잡았다. 조선족 중국 감독으로, 남북영화의 합작과 관련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그는 “촬영기술이나 수익성 고려 등 남북 양쪽의 차이로 인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그럴수록 화끈하게 포용해야 한다”고 여러번 힘주어 말했다. 중국과 북한이 합작한 <역도산의 비밀>은 지난해 5월 북한 조선영화회사의 제안으로 먼저 이루어진 것. 8년 넘게 중국과의 합작을 추진해왔지만 매번 무산된 북한쪽은 무려 9개의 시나리오를 그에게 내밀었다고 한다. “중국 쪽이 솔깃할만한 소재나 인물을 다룬 시나리오가 많았다”며 그는 “합작에 대한 북한의 욕구가 강렬하구나”라고 느꼈다고.
“<역도산의 비밀> 또한 북한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설정들이 많았는데 알아서 뺐더라” 연출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통역 업무까지 해야 했던 터라 작품 자체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지만, “<역도산의 비밀>을 통해서 중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까지도 참여하는 영화제작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하는 그는 한국의 <역도산>을 북한의 한 창고에서 봤다는 그는 “북쪽 인사들이 남한의 영화 기술력에 놀랐다”며 “그들이 전과 달리 도량을 발휘해서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 북한, 한국, 3개국이 참여하는 합작 프로젝트 개발과 성사를 위해 뛰고 있는 그는 조만간 만족스러운 소식을 안겨주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