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인가 핥아도 본다, 알인가 품어도 본다. 몽골 소년 빌리케, 다와, 에르구투 세 친구는 어느날 발견한 흰 탁구공의 정체를 놓고 고민한다. 결국 할머니의 말을 듣고 정령들의 보물이며 행운의 부적이라고 믿게 된 빌리케는 탁구공을 실에 꿰어 목에 걸고 다닌다. 그러던 중 유랑극단이 가져온 TV를 통해 문제의 흰 물체가 중국의 국기(國技)인 탁구에 쓰이는 공임을 알게 되고, 세 소년은 소중한 물건이니만큼 하루빨리 베이징에 전달해야 한다며, 고비사막을 넘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감행한다. 호들갑을 떠는 건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다. 초원의 어른들 또한 어디선가 날아든 문명(文明)의 바람에 휘둘린다. 다와의 아버지는 안테나 접시판 대용으로 양철 쟁반을 매달고서 TV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빌리케의 아버지는 불쏘시개로 쓰던 유명 잡지에서 근사한 집을 보고서 초원에 집을 짓겠다는 망상을 꾸고, 빌리케의 누나는 유명 배우가 되기 위해 도시에 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렇다고 얼굴 누런 부시맨들의 소동극이라고 넘겨짚진 말 것. 느린 카메라는 멀찍이 비켜 서서 문명의 황사에 조금씩 모래무덤으로 변해가는 초원의 삶을 묵묵히 지켜본다. 감독은 북경 영화학교 촬영학과를 졸업한 뒤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닝하오. 올해 베를린영화제 인터내셔널 포럼 부문에 초청되어 상영됐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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