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오랜 오리엔탈리즘의 함의, <차이나맨>
2005-10-12
글 : 김도훈

배관공 켈트의 인생은 꼬였다. 아내의 이혼 청구로 25년의 결혼생활은 종말로 치닫고, 아들마저 매사에 엄마편이다. 사업도 별볼일 없어 위자료를 구할 방도도 오리무중. 체념에 빠진 켈트는 중국 식당에 식사하러 갔다가 달콤한 제의를 받는다. 식당주인은 사촌 여동생인 링이 영주권을 딸 수 있도록 위장결혼을 해달라고 켈트에게 부탁하고, 두둑한 사례금에 눈이 먼 켈트는 제의를 받아들인다. 서둘러 결혼식을 치른 두 사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던 그들은 천천히 사랑에 빠지지만, 켈트는 링의 얼굴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읽어내지 못한다.

항상 중국식 드레스를 입고, 중국식 식사를 차리고, 아침마다 우슈로 몸을 단련하는 링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여인이다.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른 켈트는 그녀를 통해 삶의 가치를 되찾는다. <차이나맨>으로부터 오랜 오리엔탈리즘의 함의를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배나온 중년의 백인남자에게 찾아온 사랑이 그리 누추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차이나맨>이 결코 소유할 수 없는 환상과 사랑에 빠진 한 영혼을 애처롭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단편인 <테이스와 니코>(1998)로 오스카 단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헨리크 루벤 겐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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