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자장권에 속한 큰 규모의 시장임에는 틀림없지만 ‘미국흥행=한일흥행’으로 곧잘 이어지던 과거의 공식도 요즘은 정답율이 예전만 못하다. 올해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영화가 한국과 일본에서도 공통적으로 1위로 데뷔한 경우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이 유일하다. 흥행제왕 마이클 베이의 <아일랜드>는 1200만불의 성적으로 미국에서 4위로 데뷔해 본토를 경악케했고, 일본에서도 개봉 첫주 5위에 올라 쓴맛을 봤는데 국내에서만 1위를 차지해 대조적인 풍경을 보여줬다. <판타스틱4>도 비슷하다. 미국에서 개봉 첫주 5천만불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장기 침체에 빠졌던 미극장가를 구해줬던 구세주였지만 한국과 일본에선 변변한 이름값도 못했다. <아일랜드>가 미일 저조, 한국 흥행을 보여줬고 <판타스틱4>가 한일 저조, 미국 흥행을 보여줬다면 지난주엔 <스텔스>가 일본에서 1위로 데뷔해 한미 저조, 일본 흥행의 케이스를 만들어냈다.
소니 픽쳐스의 1억 2천만불짜리 블록버스터 <스텔스>는 지난 8월 미국과 국내에서 동시 개봉해 각각 4위와 3위를 기록했던 작품. 이후 여름 성수기 다른 경쟁작에 밀려 ‘입도 뻥끗’ 못하고 된서리를 맞아 미국내에선 ‘재앙’으로까지 불렸던 영화다. 제이미 폭스, 제시카 비엘의 이 블록버스터가 뒤늦게 일본에서나마 체면을 차렸으니 소니 픽쳐스는 느긋하게 잡은 개봉전략을 자축해야 할까. 물론 극장가 내부적으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4주연속 1위를 기록해 ‘내려올때가 된’ 시기도 한몫 작용했다. 개봉 첫주 3일간 33만8천명의 관객을 모으고 4억2천6백만엔의 수입을 올려 일단 스타트는 괜찮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5주차에도 2위를 기록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흥행수입 30억엔을 넘어 40억엔을 향해 질주 중인데, 일본내 팀 버튼 감독 최고 히트작인 <혹성탈출>의 45억엔 돌파도 이제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3위는 개봉신작인 일본영화 <이 가슴 가득한 사랑을>이 차지했다. <환생>의 스탭들이 다시 뭉쳐 만든 멜로물로 주말 이틀동안 17만명을 동원하고 2억4천만엔의 수입을 기록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첫주 스코어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밖의 작품들은 전주에서 순위변동만 있었고 <외출>은 개봉 4주차에도 7위를 기록해 한달동안 탑10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10월 8일~9일 일본 박스오피스 결과
1위 <스텔스>(첫주 진입, 상영 1주차)
2위 <찰리와 초콜릿 공장>(지난주 1위, 상영 5주차)
3위 <이 가슴 가득한 사랑을>(첫주 진입, 상영 1주차)
4위 <세미시그레>(지난주 2위, 상영 2주차)
5위 <나나>(지난주 3위, 상영 6주차)
6위 <씬 시티>(지난주 4위, 상영 2주차)
7위 <외출>(지난주 5위, 상영 4주차)
8위 <시노비>(지난주 6위, 상영 4주차)
9위 <신데렐라 맨>(지난주 7위, 상영 4주차)
10위 <터치>(지난주 9위, 상영 5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