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린다 린다 린다>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2005-10-13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성격상 템포가 빠른 영화를 찍지 못한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1976년생인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벌써 다섯번째 장편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오사카 예술대학을 다녔던 그는 졸업작품이 도쿄에서 상영되는 행운을 얻었고, 세번째 영화 <후나키를 기다리며>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그러나 부끄러움이 많기만 하여 “전부다 굉장히 저예산이었다”면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줍어하곤 했다. 올해 그는 <린다 린다 린다>로 부산을 찾아왔다. 배두나가 출연한 <린다 린다 린다>는 학원제에서 공연을 하고 싶은 소녀밴드가 사흘 동안 맹연습을 하는 소박하고 귀여운 영화. 여기엔 기둥이 되는 스토리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으나 나른한 청춘의 한순간을 포착하는 사랑스러운 에피소드 몇가지가 삽입돼있다. 조그마한 체구와 커다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던 젊은 감독. 눈동자만 귀엽게 내밀었다가 다른 포즈를 요구받은 그는, 사진기자에게 “한국 기자들은 모두 심각한 포즈를 요구하더군요. 감독에겐 그런게 잘 어울리나보죠?”라며, 신기한듯 물어보았다.

배두나는 언제나 고유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배우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는가.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무척 마음에 들었고, 그 캐릭터에 맞춰 시나리오를 썼다. 다른 배우들도 오디션을 보거나 직접 만난 다음, 100%에 가깝다고 자신할 수는 없어도, 원래 성격을 살리고자 했다. 나는 스토리를 만드는 데는 서툴다. 하지만 캐릭터가 좋으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옥상에서 만화가게를 하거나 짝사랑하는 남자아이가 등장하는건 캐릭터에 맞는 에피소드를 부여하다보니 생기게 된 것이다.

<린다 린다 린다>는 아이들이 학원제에서 상영할 영화를 찍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스토리와는 또다른 흐름을 만들어가는데.
그건 내가 십대였을 적의 모습을 넣고 싶어서 생각해낸 거였다. 고등학교 3학년때 비디오카메라를 가지고, 영화는 아니고 영화 비슷한 걸 찍어서(웃음), 학원제에서 상영했었다. 꼭 감독이 되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밴드도 하고 싶었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게 많았는데, 다 잘 안돼서, 나중에 보니 감독만 남았더라.

배두나가 연기한 한국인 소녀 손은 노래방에 가서 연습을 한다. 당신이 내놓은 아이디어였나.
맞다. 나는 블루하트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고 노래를 선택한건 프로듀서였다. 하지만 나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치고 블루하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 세대는 노래방에 가면 마지막에 꼭 블루하트의 노래를 부르곤 했다. 노래방하면 블루하트였던 것이다.(웃음)

<린다 린다 린다>는 대부분의 십대 영화와는 달리 나른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인가.
내 성격 탓이 아닐까. 나는 눈앞에서 싸움이 벌어져도 멀리서 보고만 있는 타입이어서 템포가 빠른 영화를 찍지 못한다. 물론 빠른 영화도 좋다. 하지만 나는 느긋하게 그 공기를 즐기는 편이다.

밴드가 공연을 하는 마지막 장면은 에너지가 넘친다. 영화를 어떻게 끝내고 싶었던 건가.
고민이 많았다. 지금까지는 주인공이 성공하거나 제대로 되는 영화를 한번도 찍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밴드가 프로의 세계로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이런게 드라마가 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한달 동안 합숙을 했던 배우들이 마지막 촬영을 위해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감동을 받았다. 나처럼 비뚤어진 사람도 감동을 받는다면 관객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케이는 친구들이 생일을 축하해주는 꿈을 꾼다. 카리스마있고 표정을 아끼던 그녀가 그 꿈속에선 웃고 우는 모습이 묘하게 슬펐다.
그 부분이 노리고 있던 포인트였는데, 기쁘다. 일본에선 다들 굉장히 이상한 장면이라고 했지만(웃음), 꿈속에서만은 모두 솔직해지지 않을까. 케이의 꿈은 현실처럼 보이다가 아, 뭔가 이상한데,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아마도 프로듀서는 쓸데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여 빼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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