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벼랑 끝에 선 사람, 또는 두시간의 욕정을 채우려는 남녀 외엔 찾지 않는 허름한 모텔이 있다. 이 모텔의 주인은 중국계 아줌마지만, 이 모텔의 진짜 일꾼은 아줌마의 아들 어니스트다. 이 열세살짜리 안경잡이 꼬마는 학교에서 지낼 때를 제외하면 모텔을 위해 모든 시간을 허비한다. 방 청소며 시트 교체, 야간 데스크 근무까지 모두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마의 험악한 잔소리까지 감당해야 하니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의 빈 자리는 고스란히 어니스트가 감당해야 한다. 그러던 그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이는 어느날 모텔로 찾아온 한국계 미국인 샘이다. 마약과 술, 그리고 여자에 빠져있는 샘은 어니스트로부터 자신의 유년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어니스트에게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친다. 이제, 어니스트는 짝사랑하는 소녀 크리스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엄마에게도 반항을 한다.
똑똑하지만 소심한 어니스트는 훗날 이 지긋지긋한 소도시와 좁은 모텔을 박차고 나갈 수 있을까. 한국계 마이클 강 감독의 데뷔작 <모텔>은 10대 초반 소년의 잔인한 유년기를 보여준다. 결국 세월은 가게 마련이고 소년은 성장하게 되는 법. <모텔>은 그 시절을 성난 얼굴이 아니라, 자잘한 일상사 속에서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