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아이들>에서 꼬마 알리는 1등이 아니라 3등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동생에게 줄 운동화를 상품으로 받기 위해 결승점을 앞두고 일부러 뒤처지는 알리의 일그러진 표정이 떠오르는가. 결국, 알리는 자신이 원하는 딱 그만큼의 선물을 제손에 넣게 된다. 마지드 마지디는 아마 자신의 윤리론 첫장에 “시선은 결핍이요, 욕망이요, 독이라”고 새겨둔 듯하다. 갖고 싶은 것을 품는 순간 <천국의 아이들>의 알리는 환호를 지르지만, <버드나무>의 요제프는 비명을 지른다. <버드나무>는 시력을 되찾았으나 이내 욕망에 눈먼 한 중년 남자의 비탄록(悲嘆錄)이다.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요제프는 유년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그는 부족함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머니와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 덕택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그에게 앞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삼촌의 도움으로 프랑스에 가서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수술 끝에 그는 30여년만에 빛을 얻게 되지만, 평온한 암흑의 세계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불행들이 뒤따른다. 볼 수 없으면 탐낼 수 없고, 탐내지 않으면 다툼도 없는 법. 점자로만 글을 읽었던 그는 눈을 뜬 순간 문맹이 된다. 눈앞에서 누군가가 남의 지갑을 훔치는 걸 보고서도 어찌할 수 없다. 자신을 따르던 미모의 여제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서 아내와의 싸움도 잦아지고, 결국 요제프의 혼란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광기로 변해간다. “앞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던 그는 “눈을 다시 감게 해달라”고 울부짖는다.
“요제프는 천국의 정원에서 보호받고 있던 아담과 같은 인물이다. 나는 그가 천국에서 벗어난다면 그의 평온함과 그의 자제력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려고 했다…(중략)…그는 점점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머거리가 되어갔고, 세상이 그에게 보내는 긍정의 메시지를 무시함을 깨달았다.” 한 시각장애인의 경험담에서 출발한 마지드 마지디의 <버드나무>는 신 앞에서 무릎꿇을 수밖에 없는 허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에서 그치지 않고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현대인들에 대해 경고를 던진다. 요제프 역의 파르비즈 파라스툴은 30년 넘는 경험으로 능수능란한 감독의 연출에 광채를 더하는 배우. 올해 파지르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 남우주연상, 관객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