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사랑에 관한 잠언과 독백들 <섹스와 철학>
2005-10-13
글 : 이영진

<섹스와 철학>에는 기아와 죽음의 풍경이 없다. 비탄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을 잠시 멈추고서,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한 중년 남자의 입을 빌려 사랑에 관한 잠언과 독백들을 내놓는다. 매년 생일때마다 혼자서 외롭게 지냈던 댄스학교 교사 죠언은 40번째 생일을 맞아 네명의 여자친구를 동시에 초대한다. 당황해하는 그녀들에게 그는 천연덕스럽게 “사랑이란 어차피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되는 법”이라면서, 그들의 사랑(들)이 어떻게 피어났다 사라졌는지를 떠올려보자고 제안한다.

사랑의 기적이 피어올랐던 과거와 그 행복감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현재를 스톱워치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수시로 오가는 영화는 죠언의 입을 빌어 “우리들의 삶은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나비들에 비해 유용하지 못하다”고 탄식한다. 앞으로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랑의 순간들을 재보라면서 그녀들에게 스톱워치를 전해준 죠언은 얼마 후 한 여자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그녀의 또 다른 사랑(들) 중 하나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민속음악과 춤으로 몽환적인 리듬을 더해가는 영화는 스톱워치를 멎게 할 사랑의 마법이 현실에서 영속할 것이라는 믿음은 불가능하다고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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