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할리우드의 금기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들을 만들었던 감독 오토 프레민저(1906~1986)의 주요작품을 상영하는 ‘오토 프레민저 걸작선’이 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무대 연출을 공부하다가 이십대 중반 할리우드로 활동무대를 옮긴 프레민저는 데뷔 초기부터 제작자와 타협하지 않는 고집불통 감독으로 유명했다. 메이저 스튜디오인 폭스에서 B급 영화들을 만들다가 결국 쫓겨나 잠시 배우생활을 전전하던 그에게 다시 감독 직함을 선사하게 된 최초의 성공작은 44년작인 <로라>(사진)이다. 잔인하게 살해된 매력적인 여성 로라(킴 노박)의 살인범을 찾아내는 여정을 그리는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후대 평론가들에게 누아르 영화의 걸작으로 인정받았다.
<로라>의 성공으로 자신의 프로덕션을 차릴 수 있었던 프레민저는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의 전편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슬픔이여 안녕>(1958), 무려 세 시간 반의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던 <영광의 탈출>(1960), 할리우드 황금기에 만들어진 최고의 정치영화로 꼽히는 <워싱턴 정가>(1962) 등 성공작을 계속 발표하며 흥행감독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프레민저는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인 프랭크 시나트라가 마약중독자로 변신해 마약중독자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던 탓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1955)를 비롯해 항상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급진적 소재를 선택해왔다. 그래서 선정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장사꾼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으나 영국의 좌파평론가 로빈 우드를 비롯해 다음 세대의 평론가들에게 작가주의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으로 추앙받기에 이르렀다. 젊은 평론가들은 프레민저가 ‘말로 옮길 수 없는 기가 막힌 화면구성으로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의미와 감정을 끌어내는 대가’ 또는 ‘스토리가 아닌 카메라로 말하는 감독’이라고 격찬했다.
이번 걸작선에서는 위에 언급한 대표작들과 함께 초기작 <타락천사>(1945), <인도가 끝나는 곳>(1950), <위험한 길>(1965), <버니 레이크의 실종>(1965) 등 총 9편을 상영한다. (02)764-4225. cinemathequeseou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