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감독이자 국민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TV방송 중 웃통을 벗어재껴 화제가 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0월17일 전했다. 지난 10월14일 개봉한 신작<호랑이와 눈>(The Tiger and the Snow)과 관련해 15일 저녁 황금시간대 뉴스프로그램에 인터뷰를 하러 나온 베니니는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하더니 셔츠를 완전히 벗어 뉴스캐스터의 어깨에 걸쳐놓는 돌발 행동을 벌였다. 당황한 뉴스캐스터가 입을 다물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이날의 돌발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뉴스가 막 시작하면서 오프닝 크레딧이 나오는 순간에는 뉴스캐스터 뒤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베를루스코니가 사퇴했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현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문화계 정부지원금을 35% 삭감한다고 최근 발표한데 대한 항의 의사를 장난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베니니는 자신의 영화가 개봉하던 14일에도 수천명의 군중들을 이끌고 로마 시내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만년 소년같은 베니니는 엄숙한 자리에서 익살맞은 행동으로 관중을 웃긴 적이 많다. 1999년 <인생은 아름다워>가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을 때는 자기 앞자리 의자의 등받이를 밟고 일어서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무대에서 한 첫 마디가 “자꾸 상을 주면 내 영어솜씨가 부족한 게 금방 탄로날텐데...”라고 해서 폭소를 자아냈다.
신작 <호랑이와 눈>은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다. 반전(反戰)이라는 진지한 메시지를 가벼운 코미디로 전달한다는 점과, 베니니와 그의 부인이 연인으로 출연한다는 점에서 <인생은 아름다워>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