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의 문근영에 의한 영화’ <댄서의 순정>이 감독판으로 새롭게 나왔다. 지난 7월 선보인 초회판이 순식간에 동이 난 직후 출시가 예고되어 DVD 마니아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박영훈 감독의 강력히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팬들의 중복구매를 유도하는 장삿속으로 보일 법도 한데, 추가된 영상들이 기존판에 수록된 삭제 장면들과 대부분 중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출시 준비는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나온다는 것만 진작 알려줬으면 좋았을 뻔 했다.
본편의 러닝타임이 늘어난 대신 기존판에 있던 음성해설과 DTS 트랙은 삭제되었다. 대신에 문근영의 내레이션에 맞춰 본편 영상을 편집한 ‘채린의 일기장’과 영화 속 상상의 댄스 장면을 별도로 담은 ‘댄스 위드 미 1, 2’가 부록으로 추가됐다. 채린과 영새 커플 외에 댄서 김 커플의 퍼포먼스가 그 내용물이다. 나머지 부록 디스크의 구성은 기존판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관건은 두 시간이 넘는 127분으로 재편집된 본편이다. 추가된 17분이라는 게 혹시 팬서비스 차원에서 문근영의 모습들로만 이루어진 걸까? 답은 ‘아니오’다. 채린과 영새, 두 주연의 애틋한 모습들도 추가되었지만 그보다는 댄서 김 등 조연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로서 주인공들의 위장결혼을 감시하던 김치성, 최은혜(이대연, 김지영 분)는 잠복근무 도중 눈이 맞아 가까운 사이가 되고 결국에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로까지 발전한다. 마치 방자와 향단이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후반부의 무거운 전개를 조금 가볍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길다면 길 수도 있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17분의 추가가 <댄서의 순정>이라는 작품에 그리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감독이 원래 담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펼쳐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기존판 DVD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도 새로 추가된 이야기가 주는 잔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대여를 통해서라도 감상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