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흠 잡을 곳 없는 수작 타이틀
2005-10-22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작가로 알려진 레모니 스니켓(대니얼 핸들러의 필명). 그의 ‘잔혹 동화’ 시리즈를 영화화한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전 13권으로 예정된 시리즈 가운데 첫 3편을 각색한 것이다. 주인공은 발명가(바이올렛), 독서광(클라우스), 물어뜯기의 달인(서니)으로 이루어진 보들레어가의 어린 남매들. 갑작스럽게 발생한 화재로 부모를 잃게 된 이들이 보들레어가의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친척 올라프 백작의 음모와 맞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코미디언에서 변화무쌍한 배우로 훌륭하게 성장한 짐 캐리가 사악한 올라프 백작(플러스 알파)를 맡아 적역을 선보였고 메릴 스트립, 캐서린 오하라, 티모시 스팔, 빌리 코널리 등 베테랑 배우들도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하지만, 아마도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관객들은 보들레어 남매를 연기한 두 명의 아역에게 홀딱 넘어갔을 것이다. 특히 바이올렛 역의 에밀리 브라우닝은 기괴한 극의 분위기와 200% 부합하는 독특한 마스크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수백만 명이 반하고 말 것”이라는 짐 캐리의 공언이 지나친 말이 아님을 증명했다.

기본적으로 음울한 내용으로 점철된 작품이고, 어두운 장면도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화질 면에서 약간의 불안 요소가 있을 법 하지만 막상 DVD로 나온 결과물은 거의 흠 잡을 곳 없는 훌륭한 수준이다. 사운드 역시 또렷하고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건널목 시퀀스나 허리케인 시퀀스에서는 의외로 파괴력 있는 서라운드 음향을 들려주기도 한다.

1억 2천만달러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작품답게, 부록의 구성도 다양하고 내용도 풍성하다. 첫 번째 디스크에서 챙길 만한 것은 두 개의 음성해설. 브래드 실버링 감독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과 감독 및 ‘진짜 레모니 스니켓’이 등장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전자가 제작 과정과 감독 자신의 견해, 기술적 해설 등을 겸한 통상적인 음성해설이라면 후자는 하나의 커다란 농담의 연속이다. 우울하고 못 쓴 원작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나 보자는 스니켓과 자신의 영화를 겸손하게 설명하는 감독의 태도가 대조적인데, 별 내용은 없지만 ‘그냥 웃고 즐깁시다’는 분위기는 확실하게 잡아 준다. 영화만 본 관객 보다는 원작을 미리 읽은 관객에게 더 흥미로울 듯.

영화를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한 부록

첫 번째 디스크에 실린 다른 부록으로는 감독이 짐 캐리와 보들레어 어린이들의 컨셉트를 어떻게 잡았는가에 관한 간략한 인터뷰와 자료 영상인 ‘잘못된 시작(Bad Beginning)’, 삭제 장면을 모은 ‘부모 잃은 장면들(Orphaned Scenes)’, 예고편 등이 수록되었다. 또한 메뉴 리스트 중간에 있는 눈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짐 캐리의 재미있는 즉흥 연기를 기록한 스크린 테스트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좀 더 심층적인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실려 있는데, 세트, 의상, 극중에 등장하는 파충류들, 음향 디자인, 시각 효과, 영화 음악 등 영화 만들기의 중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기록하였다. 40여개의 거대한 세트를 짓고 아낌없이 부수는 과정, 나무가 쓰러지는 음향 하나를 따기 위해 7개의 마이크를 곳곳에 설치하여 세밀한 소리까지 녹음하는 모습, 소품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손으로 만드는 지난한 과정 등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정보량이 많은 것은 물론, 장면 장면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나 본편의 영화 음악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등 다큐멘터리 그 자체의 완성도도 높다. 다만, 전체적으로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해설이나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관계로 웬만큼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다소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은 단점이다.

빼어난 영상미가 빛나는 작품에 어울리는 최고 수준의 화질과 사운드, 상세하고 다양한 부가영상을 자랑하는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DVD는 영화를 보고, 듣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영화를 알게 되는 즐거움도 가득한 수작 타이틀이다.

세트장에서의 브래드 실버링 감독.
파충류들을 소개하는 빌리 코널리.

합성 전의 허리케인 시퀀스 장면.
멀티 앵글 사운드 감상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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