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팝콘&콜라] 정말 그립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5-10-27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스크린 속 너, 1년만이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하 <조제>)이 한국 개봉 1돌을 맞아 재개봉한단다.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상영하는데, 개봉일 오후 5시30분에는 이누도 잇신 감독과 여주인공 이케와키 지즈루를 직접 만나는 시간도 마련된다고 한다. <조제>를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조제>의 열혈팬들처럼, 나도 ‘<조제>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벌써부터 다이어리에 별표를 쳐두었다.

<조제>는 보고 싶어 안달을 하다 못해 애간장이 타들어갈 무렵, 십고초려쯤 끝에 ‘우연히’ 보게 된 영화다. 지난해 10월29일 전국 5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조제>를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은 4만명이다. 하지만 나는 그 4만명 안에 끼지 못했다. 일단, 상영관 수가 적어 집 근처에 <조제>를 상영하는 극장이 없었다. 더구나 영화 상영기간 내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고되지 않은 일명 ‘나가리 기획기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드디어 짬이 생겼을 땐 이미 <조제>가 극장을 떠나고 없었다.

<조제>는 곧 디브이디로 출시됐지만, 역시 쉽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는 비디오·디브이디 대여점 두 곳이 있었는데, 한 곳에서는 주인이 “<조제>라는 영화는 금시초문”이라며 디브이디를 들여놓을 생각조차 없었다. 또 다른 한 곳에서는 대기자들이 하도 많아 주인이 “예약 안 받으니, 운 좋은 손님만 빌려가세요”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디브이디방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디브이디가 ‘(아예) 없거나 혹은 (상시) 대여중이거나’ 하는 모순되는 이유로 <조제>를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올해 초 아직 봄이 오기 직전, 나는 드디어, 우연히 <조제>를 보게 됐다. 가벼운 감기 증세가 있었던 그날, 상설할인매장에서 이불과 베개를 사겠다며 압구정동을 찾았다. 그리고 주책바가지처럼 이불과 베개가 든 거대한 비닐봉지를 어깨에 둘러멘 채, 명품 가방을 멘 예쁜 언니들이 넘쳐나는 그 거리를 쏘다녔다. 당연히 감기증상이 심해진 나는 언 몸이나 녹이자는 생각으로 ‘럭셔리’ 수식어가 붙은 디브이디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금 재생을 마친 따끈따끈한 <조제> 디브이디와 운좋게 만났다. 그 다음은? ‘또’ 주책바가지인 나는 새로 산 베개를 꺼내 베고, 새 이불로 온몸을 칭칭 휘감은 채 디브이디방 소파가 내 방 침대인 듯 안락한 가운데 <조제>를 감상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애를 태우다 내 손에 닿은 <조제>는, 아팠지만 포근했던 그날의 ‘감상 조건’처럼 그렇게 아리고 기분좋은 영화였다.

이제 ‘한철은 지나간’ <조제>는 대여점이든 디브이디방에서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꼭 사야지’ 하면서도 디브이디 구입을 미루는 게으름만 아니라면, 심지어 집에 모셔두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극장에서 봐야 영화의 ‘영화다움’을 느낄 수 있다”지 않는가. <조제>의 열혈팬들과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진 쓰마부키 사토시의 팬들에게 <조제>의 재개봉 소식을 새삼 전하고 나니, 점심 굶은 오후 1시 포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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