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우주전쟁(1953) SE> 업그레이드 가치 충분한 재발매 타이틀
2005-10-28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이번에 소개할 <우주전쟁>은 H. G. 웰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바이런 해스킨 감독이 1953년에 만든 영화다. 제작은 1950년대 할리우드 SF 영화와 시각효과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조지 팔이 맡아, 현재의 기준으로 보아도 그 정교함이 빼어난 미니어처와 합성, 뛰어난 프로덕션 디자인을 통해 오락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미 DVD로 발매가 되어 있는 작품이지만, 지난 여름 공개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리메이크(11월 15일 DVD 출시)에 호응하여 업그레이드의 축복을 부여받게 되었다. SE판 DVD 타이틀들이 종종 기존판과 별다를 것이 없는 사양으로 소비자들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있음을 감안하면 이 53년판 <우주전쟁>의 SE 타이틀은 모든 면에서 구판을 능가하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다.

우선 화질 면에서는 발색과 선명함이 구판에 비해 분명히 개선되어 있어 테크니컬러의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을 그 어느 때보다도 성공적으로 되살리고 있으며, 사운드 역시 구판의 밋밋한 모노 사운드가 아니라, 극장 공개 당시와 동일한 2.0채널 스테레오포닉 사운드를 복원하여 작품을 보존하는 매체로서의 DVD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또한 예고편만을 수록했던 구판에 비해 새롭게 제작된 부록이 대거 추가되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팬들이 꼭 체크해야 할 것은 두 개의 음성해설로, 주연 배우 앤 로빈슨과 진 배리가 참여한 트랙과 조 단테 감독, 장르 전문가인 밥 번즈와 빌 워렌이 참여한 트랙으로 구분되어 있다. 전자는 촬영 당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피력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후자는 작품 안팎에 관한 보다 풍부하고 전문적인 정보가 가득하여 일반 팬이나 SF 영화를 즐기는 골수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구성이 훌륭하다.

메이킹 다큐멘터리에서는 조감독과 배우, 음성해설에도 참여했던 장르 전문가들의 해설과 함께 작품 최대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인 외계인의 우주선을 제작했던 디자이너 알 노자키의 귀중한 인터뷰 영상, 래리 해리하우젠이 제작한 외계인의 테스트 영상 등의 자료도 볼 만하다.

원작자 H. G. 웰스에 관한 부가영상 ‘H. G. 웰스, SF의 아버지’는 10분 정도의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이자 시대를 앞선 통찰력으로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웰스의 일생을 알차게 압축해 놓았다. 웰스와 쥘 베른 사이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나 쉽게 보기 어려운 웰스의 연설 영상 등 유용한 자료들도 등장한다. 특히 배우 음성해설이나 메이킹 다큐멘터리의 경우, 작품 관련자들이 모두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가치가 올라갈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의미 깊은 부록은 1938년 많은 사람들이 실제 상황으로 오인하여 패닉 현상을 일으켰던 오슨 웰스의 라디오 드라마판 ‘우주전쟁’이 원본 그대로 실려 있다는 점이다. 대단히 아쉽게도 부록 가운데 이 라디오 드라마만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SF 영화나 <우주전쟁>이라는 작품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매우 흥미로운 부록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53년판 <우주전쟁 SE>는 향상된 화질과 사운드, 귀중한 부록들의 추가 등을 통해 구판을 접하지 않은 팬들이라면 높은 소장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이미 구판을 구입한 팬들도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기에 충분하다.

주연 진 배리 인터뷰
H. G. 웰스의 연설 영상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