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오빠는 삼광, 언니는 피박? <작업의 정석> 촬영현장
2005-10-31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척 보기에도 코믹한 장소. 정면으로 보이는 벽면에는 똥에서 비까지 커다란 오광 화투패가 병풍처럼 번쩍거리며 걸려 있다. 그 화투패를 뒤로 하고 남녀 한쌍의 궁합을 봐주고 있는 역술가. 코미디언 안상태가 그 역을 한다. 하지만 대사가 길고 애드리브로 넘겨야 할 부분이 많아 쉽지가 않다. 자꾸 NG를 내는 안상태를 편하게 해주려고 오기환 감독은 “괜찮아요. 제일 싼 게 필름값이지 뭐” 하며 너스레를 떤다. “편하게 애드리브를 해보세요” 하며 추임새까지 넣는다. 이어지는 걸쭉한 애드리브. 그런데 그 상황이 좀 묘해 보인다. 남자(송일국)에게 말하기로는 “오빠는 복받았네 복받았어. 대풍랑을 만난 배가 순풍을 만나 하늘로 가는구나. 이 여자 꽉 잡아” 식이더니, 여자(안선영)에게는 “저놈이 네 뼛골까지 빼먹는다. 너 저놈하고 살다가는 마흔 넘기기 힘들다”라며 어깃장을 놓는다. 이거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이른바 여자를 떼어내기 위해 남자와 엉터리 역술가가 짜고 치는 고스톱판인 셈이다. 당연히 남자 선수 승리! 지난 10월11일 <작업의 정석>(제작 청어람, 감독 오기환)의 세트 촬영장 풍경 제1라운드다.

<작업의 정석>은 연애 작업 걸기 선수인 민준(송일국)과 지원(손예진)이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피부 관리실에서 우연히 만난 뒤 선수 대 선수로 우열을 가리기 위해 한판 연애담을 벌이지만, 평소답지 않게 진실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꼬여가는 그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옥신각신 싸우기는 하지만, 이 대결은 결국 사랑에 골인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날 저녁 촬영된 역술원 장면 제2라운드가 바로 그 사랑의 조짐. 민준과 지원은 작업의 정석을 따라 역술가를 찾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승부가 쉽게 나지 않는다. 역술가가 말하기를 “왜, 왜 이래, 선수들끼리. 난 몰라!” 한다. 알고보니 민준과 지원 둘 다 이 집의 단골이었던 셈. 그러니 누구하고 편먹기를 하겠는가? 서로 어이없어 놀라는 송일국과 손예진 선수의 모습이 이날 저녁 하이라이트! <선물>(2001)로 장편영화에 데뷔하여 이 영화로 두 번째 걸음을 뗀 오기환 감독은 “<결혼이야기>가 그랬던 것처럼, <작업의 정석>이 2005년 요즘의 사랑과 결혼에 관해 한획을 긋는 영화가 되는 게 바람이다. 현대인의 인스턴트적인 모습에 대해 반추하게 될 것”이라고 연출의도를 밝힌다. 현재 60%를 촬영했고, 개봉은 올해 12월 말 예정이다.

<작업의 정석>의 오기환 감독. 이번 영화는 2001년 <선물>에 이어 두 번째다. 안상태의 애드리브에 본인도 웃긴지 컷 소리가 나기 무섭게 킥킥댄다.
민준(송일국)과 지원(손예진)은 작업의 끝(?)을 위해 역술원을 찾는다. 하지만 방법은 오리무중. 송일국과 손예진의 이 장면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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