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한류, 쉽게 지워지지가 않아요
2005-11-01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일본 박스오피스 1위, <외출> 이어 한국영화의 흥행력 입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000년 개봉했던 <쉬리>에 이어 한국영화로서는 두 번째다. 지난 10월22일 일본에서 개봉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주말 이틀 주요 도시에서 16만5천여명의 관객을 모았고, 약 2300만엔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날 개봉한 팀 버튼의 <유령신부>를 가볍게 2위로 따돌린 수치다. 최근 주요 도시 집계에 따르면 10월25일까지 24만3천명, 3억2500만엔의 수익을 거뒀다. 현재 일본 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은 첫주 33만8천명, 4억3800만엔을 벌어들인 <외출>. 하지만 <외출>의 434개 스크린에 비교해볼때 대략 100개 이상 적은 308개로 개봉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흥행은 특기할 만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쉬리>(18억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18억2천만엔) 등의 기록을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해외배급을 맡고 있는 CJ 엔터테인먼트 해외배급팀 김성은 과장은 “일단 작품 자체가 일본 원전이어서 관객에게 친숙한 부분이 많고, <외출>로 알려진 손예진의 영향력도 있다. 특히 젊은 여성관객이 많이 찾고 있는데, 정우성이 어필하는 바가 크다. 여성의 날을 맞아서 할인 가격으로 상영된 26일에는 개봉 첫날 관객보다 더 많은 관객이 들었다”고 말한다. 김성은 과장은 “<외출>의 경우 최종수익을 27억엔 내지 28억엔 정도로 내다본다고 들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그 정도는 충분히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 내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경신하는 것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26일을 기준으로 <외출>은 200만 관객을 넘어섰고, 25억엔을 벌었다. 그동안 일본 내 수입된 한국영화들에 대해서는 고액 판권에도 불구하고 실제 흥행력에서는 약세라는 의견들이 제기되어왔다. 때문에 <외출>에 이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일본 내 흥행 호조가 한국영화의 흥행 잠재력을 이어가는 기폭제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역대 일본에 수출된 한국영화 중 최고가인 270만달러(32억원)에 팔려 화제를 낳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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