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루카스, 디지털의 ‘광선검’ 을 휘두르다
2005-11-03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글 : 임인택
할리우드 디지털 제작 현황
<스타워즈 에피소드3>

‘디지털 영화’하면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다. 1997년 “디지털 기술은 영화에 사운드가 도입되고, 컬러가 입혀진 것과 같은 혁명이다”고 말한 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이 영화계에서 예고된 지는 오래. “‘전자 영화’라는 개념은 텔레비전이 실험적 단계에 있던 1920년대부터 계속 등장했다”고 케이 호프만(독일 영화저널리스트)은 설명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디지털 영화가 있기까지의 길이 고를 리 없다.

때 이른 코폴라=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1979년 “영화와 디지털 공학, 위성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보고 있다”고 선언했다. 컴퓨터를 통한 영화 제작으로 거대 자본 스튜디오가 아닌, 감독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을 했던 것. 하지만 그 방식을 구현한 <원 프럼 더 하트>(1982년)의 3천만 달러가 넘는 제작비에 비해 수입은 고작 100만 달러. 이념만 앞선 탓일까. 하지만 이런 선견은 기술 부재 시대, ‘디지털’의 개념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자, 반성 기제이기도 했다.

코폴라 때 이른 시도 ‘쓴맛’

올해 칸 영화제에 참석한 조지 루카스

때 만난 루카스=조지 루카스 감독은 디지털 영화에 대한 불신이 많던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을 처음 디지털 영사시스템 프로젝터로 상영했다. 그리고 6년 만인 2002년, 아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디지털 영사시설로 2000개의 스크린에 내건 최초의 디지털 시네마를 선보인다. 바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2>다. 코폴라 때완 달리 필름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겠다는 정부 정책, 연간 20억 달러의 필름 영화 배급비용을 줄이겠다는 영화사들의 의지가 순풍처럼 불던 때였다. 같은 해 7대 메이저 스튜디오가 결집해 디지털 시네마 표준화를 논의하는 협의체인 디씨아이(DCI:Digital Cinema Initiative)를 만들었으며 2005년 7월 디씨아이 최종 표준안(권고안)을 발표했다.

루커스 ‘스타워즈’ 로 대박

때 앞선 루카스=그럼에도 루카스의 선견은 뛰어나다. 21세기 디지털 영화가 있기까지 특히 그가 30년 전 세워 투자해온 프로덕션 아이엘엠(ILM)의 공은 절대적이다. 1970년대 ‘할리우드의 신동’으로 불렸던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3편으로 디지털 미학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또 디지털 기술로 기존 작품조차 새 영화로 만들어 버렸다. 애플의 ‘파워북’ 덕인지도 모르지만, 그는 1977~1983년에 만들었던 <스타워즈> 1~3편을 1997년 새 디지털 효과로 재가공, <스타워즈 에피소드> 4~6편으로 제목을 바꿔 개봉해서 쉽게 4억 달러를 거머쥐기도 했다. 1962년, 한 대학원생에 의해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 ‘스케치패드’가 개발돼 컴퓨터 스크린과 인간이 소통하는 새 패러다임의 단초가 제공된 지 불과 얼마만인가.

<씬 시티>

너 뭐냐, <씬 시티>=오스카 시상식 집행위 노릇, 해먹기 갈수록 힘들다. 빼어난 디지털 영화가 늘어나면서, 촬영, 시각 효과 또는 디자인 따위의 현재 시상 부문 경계가 낡아버린 탓이다. 지난 7월 버라이어티지는 “올해 오스카 집행위가 가장 골머리를 앓은 영화는 대부분 화면을 디지털 기술로 만든 <씬 시티>”라고 전했다. <씬 시티>로 끝날까? 지난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인간과 전혀 구분할 수 없는 디지털 배우의 탄생이 5~7년이면 가능하다”며 “노트북을 켜고 혼자서 영화를 완성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견했는데, 디지털 배우들이 남녀 주연상을 다툴 날도 멀지 않은 셈.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10억원 짜리 디지털 영상카메라 HDW-F 900(소니사, 약 200만 화소)의 성능은 하루가 다르게 갱신된다. 카메라는 이미 천만 화소, 영상카메라도 700만 화소(필립스)까지 넘나든다. 라디오, 티브이 등장에도 건재했던 100년 영화가, 영화의 정의를 다시 추궁받는 때가 온 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 씨제이, HD영화 프로젝트 추진
상업적 성공여부 실험대될듯, 중·일·유럽은 정부주도 가속화

필름의 대안으로 새롭게 등장한 고감도 화질인 에이치디 디지털 영화 작업은 아직 기지개 단계다. 2002년 <아 유 레디>와 <욕망>이 <스타워즈> 촬영에 사용됐던 것과 같은 기종인 소니 F-900 카메라로 촬영돼 필름으로 전환, 상영됐고 지난해 <시실리 2km>가 필름과 파나소닉 바리캠 카메라로 촬영돼 일부 극장에서 디지털 상영을 하면서 의미있는 성공을 거뒀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방송이 공동으로 저예산 에이치디 영화 제작에 나서 지난해 선정된 4편의 프로젝트 가운데 <종려나무 숲>이 올해 개봉했으며 올해도 김진성 감독의 <즐거운 우리집> 등 5작품이 촬영을 준비하거나 기획 단계에 있다.

특히 박찬욱, 허진호, 유하, 최동훈 감독 등 실력있는 감독들을 영입해 350억원 예산 규모로 8편의 에이치디 영화 제작을 추진중인 씨제이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는 에이치디 영화의 상업적 성공 여부에 중요한 실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 첫 작품인 <짝패>가 기획상의 혼선으로 필름 촬영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영화들은 모두 에이치디 작업을 하기로 감독들과 약속된 상태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이태헌 프로듀서는 “제작 여건의 미비와 기술 부족으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에이치디 영화 제작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시행착오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장기적으로 전체적인 영화제작 환경에서 에이치디 영화의 영향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중국과 일본, 유럽 등이 정부 주도로 디지털화 작업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문화관광부도 지난 8월 ‘차세대 디지털시네마 비전 수립위원회’(이충직 위원장)를 출범시켰다. <시실리 2km>를 제작하고 비전 수립위원회로 통합된 영진위 산하의 디지털시네마포럼을 이끌고 있는 한맥영화의 김형준 대표는 해상도, 압축방식 등 디지털 상영 조건을 정하는 디지털시네마 표준화 작업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한다. “아이티(IT) 강국에 자국 영화 점유율이 60%인 한국은 디지털시네마 표준화를 만들고 아시아로 확대시키기 유리한 조건임에도 그 논의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지나치게 늦게 시작됐다”고 지적한 그는 “업계와 정부가 손을 잡고 하루 빨리 표준화 작업을 추진해야 중복 투자 등의 비용 손실을 막고, 할리우드의 표준화 기준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디지털영화 더이상 변방이 아니다
주류로 ‘모드전환’ 실험영화로서의 의미 잃어
2005년 6회째 맞는 ‘레스페스트’ ‘디지털영화제’ 수식 빼

국내 디지털 영화 축제의 머리 격인 전주국제영화제와 세네프(SeNef). 다들 2000년께 시작해 올해 6회 행사를 마쳤지만, 지금 한창 애를 먹고 있다.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이 처음 ‘디지털’로 상영된 이래, 디지털 영화가 주류 영화에 빠른 속도로 침투해 간 탓이다.

올 봄 치렀던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접근성과 개별성을 큰 매력으로 삼았던 디지털 영화가, 결국 완성도나 영화 미학을 높이기 위해 필름 영화에 버금 가는 물량과 자본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제 운영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며 “새 방향을 찾아야 할 때”라고 설명한다.

기대와 달리, ‘디지털 영화만의 미학’이 애매모호한 것도 사실. ‘첨단 영상’일 뿐 굳이 필름 영화와 구분해야하는지 따져묻는 이도 많다. 무엇보다 할리우드가 꾀하는 ‘디지털 영화의 자본주의화’ 아래, 한편으론 대안·실험 영화로서의 의미도 퇴색하고 있다.

또 다른 디지털 영화 축제로 ‘레스페스트’가 있다. 마찬가지, 올해 6회를 맞는데 ‘디지털 영화제’라는 수식을 이번에 뺐다. 레스페스트 쪽은 “디지털이 이젠 ‘혁신’대신 ‘보편’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실험·혁신성이지 디지털 자체는 아니란 얘기인 셈. 새로운 활로도 그렇게 구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영화 제작의 혁신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199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된 레스페스트는 매해 9월께 미국 도시를 시작으로, 런던, 로마 등 40여개 도시를 돌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디지털 영상물을 소개하는 지구촌 축제다.

서울에선 오는 10~19일 남산드라마센터와 애니시네마에서 열리는데, 장·단편 영화는 물론 광고, 뮤직 비디오 등을 가리지 않고 기발한 착상, 삐딱한 시선들만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모두 28개국 455편. 개막작은 뮤지션 벡의 특별전. 스타감독 미셀 공드리, 스파이크 존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데뷔한 가스 제닝스 감독 등이 만든 그의 선도적 뮤직비디오를 선보일 참이다.

도시 탐험이란 소재의 환상성을 독특한 기법으로 살려낸 <시티 파라다이스>, 불법 이민자로 격리된 3명의 어린이를 인터뷰한다는 애니메이션 <잇츠 라이크 댓> 등 참신한 이야기, 형식 등이 빛나는 작품들로 짜인 ‘글로벌 단편’은 레스페스트의 좌표다. ‘삼인 공습전’에선 최첨단 영상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신예, 프랑소와 보겔, 조니 로스, 나기 노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resfest.co.kr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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