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오픈 워터> 적어도 영화 속 공포감은 과장이 아냐
2005-11-03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DVD의 장점은 영화 공개시의 선전문구나 해설 등이 진짜인지를 부록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여름 국내 개봉 당시 ‘영화가 재미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환불 소동까지 벌어진 바 있는 <오픈 워터>는 홍보의 초점과 관객의 기대치 사이의 접점이 때로는 심각하게 어긋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물론 <오픈 워터>는 <죠스>나 <딥 블루 시>와 같은 상어의 공포를 전면적으로 다룬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치 상어와의 처절한 대결을 과장된 수법으로 그린 영화인 양 포장된 것은 앞서 말한 관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DVD를 통해 이 영화가 어떠한 의도를 갖고 있었고, 그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사정을 알고 나면 마냥 ‘사기극’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는 부부가 느끼는 절망적인 공포라는 단순하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HD 카메라, 그리고 몇 명의 배우만을 갖고 있었던 감독은 무려 2년 반이라는 시간에 걸쳐 평일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을 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만 영화를 찍었다. 왜냐하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인디 감독이었던 그는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로는 밥벌이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다에서의 촬영은 참가자 전원에게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요구했고, 부부를 연기한 무명 배우들은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날씨와 바다의 상황 때문에 언제 어떤 장면의 연기를 지시받을 지 예측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대본 전체를 외워 즉흥적으로 감독의 주문을 받아 낼 수밖에 없었다. 압권은 실제 상어들과의 촬영. 배우들은 상어 관련 촬영을 전문적으로 하는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기는 했어도 보호 장비 없이 맨 몸으로 상어 떼 한 가운데 있어야만 했다. 직접 카메라를 잡은 감독은 트레이너로부터의 ‘상어가 물면 절대로 빠져나오려 하지 마라. 그냥 끌려가야 한다’는 소름끼치는 지시사항을 물에 들어가기 전마다 매번 되새겨야 했다.

이렇게 혹독한 촬영 과정을 견디기 위해 촬영 팀은 모두 가족처럼 단합했고, 우리가 영화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생생한 공포감은 이러한 팀웍을 바탕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요는, <오픈 워터>는 최소한의 예산과 장비라는 열악한 조건과 바다 한 가운데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대해 작업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다면 그것으로 좋다. 하지만 DVD를 보고 나면 적어도 이 영화가 대충 만들어졌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디지털로 촬영된 화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답게 다큐멘터리다운 생동감을 주는 동시에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는 <블레어 위치>를 보는듯한 불길한 감정을 전해준다. 놀랍게도 라이언스 게이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공개되어 돌비 디지털 5.1 EX와 DTS-ES 사운드가 DVD에 수록될 수 있었는데, 돈 많이 들인 영화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사방에서 들리는 실감나는 파도와 물소리는 감상자를 영화 속 인물들이 표류하고 있는 바다 한 가운데로 옮겨 놓기에 충분하다.

크리스 켄티스 감독 인터뷰
상어 떼 사이에서의 촬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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