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침체로 고생하는 나라가 미국만은 아니다. 유럽도 고생 중이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10월30일 현재까지 유럽 각국의 올해 자국 내 극장 수입이 전년대비 큰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침체를 겪는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로, 각각 21%와 20%에 이르는 흥행수입 감소율을 보였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극장수입도 각각 18%와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극장가까지 드리워진 흥행 침체의 어둠에서 가장 벗어나 있는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 극장가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전년대비 3%라는 가장 낮은 감소율을 보였다. 최대 공헌자는 영국 아드만스튜디오의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 <월래스와 그로밋…>은 아드만의 전작 <치킨 런>이 거둔 자국 내 흥행총수익을 3주 만에 넘어서면서 최종적으로 455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로알드 달 원작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영국 내에서만 6520만달러의 수익을 냈고,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오만과 편견> 역시 해외총수입액 3130만달러 중 2460만달러가 영국인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간 돈이다. 모두 영국 소설 원작에, 영국 배우 주연물이다.
영국이 자국문화에 뿌리를 두었거나 자국에서 촬영된 영화들로 극장가 불황을 벗어났다면, 다른 유럽국가들은 자국영화산업의 부활을 통해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올해 자국영화 점유율이 20%에 달하면서 지난 5년 중 최고 수치를 보였고, 스페인에서는 소규모 예술영화 전문 제작사 및 배급사 수가 1∼2년 새 급증세를 보였다. 스페인 예술영화들의 올해 자국 내 흥행총수익은 9월30일 현재 5640만달러. 전년대비 36%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