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11-11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지적인 농담으로 가득한 SF 코미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 <히치하이커>)>. 이 긴 제목의 영화는 SF와 코미디가 기묘하게 조화된 장르 영화로서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원작(더글러스 애덤스가 쓴 원작은 10년쯤 전에 번역본이 나왔고 최근 새로 나왔다) 팬들만 영화화를 반겼고, 막상 완성된 영화는 미국에서 흥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여기서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몇 안 되는 극장에서 역시 일부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을 뿐이다. 원작이나 SF 장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나 관심 없이 제목과 몇몇 비주얼만으로는 유치한 ‘공상과학 영화’ 정도로 보였을 법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맨 인 블랙> 같은 영화에서 <히치하이커>식 유머를 이미 본 적이 있다. 캐비넷을 열고 보니 그 속에 하나의 거대한 외계인들의 세계가 존재한다던가, 우리가 사는 태양계가 상상할 수 없이 거대한 외계인들의 구슬 속에 담겨 있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따라서 <히치하이커>의 재미는 상식과 편견 그리고 평범을 뒤집고 비트는 데서 발생하는, 다소 지적이고 한 모금 더 생각해 봄으로써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여기에 영국식과 미국식이 조화된 유머를 조미료 삼아 가미함으로써 <히치하이커>라는 커다란 농담이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땅에서 이 영화를 제대로 또는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객층은 필연적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상과 보다 쉽고 편하게 순화된 설정과 유머, 배우들의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 등이 ‘타월이 우주여행에서 갖는 다대한 중요성’과 같은 황당한 이야기를 꽤 믿음직스럽게 만들어 준다. 이 영화에서 기대되는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전염되어 중증 환자가 되거나 그냥 지나치고 말거나 둘 중 하나다. 어떤 농담으로부터 기대되는 둘 중 하나의 반응처럼 말이다.

본편의 유머가 그대로 이어진 부록들

영화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농담이다 보니 부록도 농담으로 가득하다. 감독과 주연 배우, 프로듀서 등 주요 관련자들이 참여한 두 개의 음성해설에서는 영화 만들기에 관한 많은 정보는 물론 이들이 얼마나 즐겁게, 그러면서도 원작에 대해 충분한 경의를 바치면서 작업했는지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본편의 전개와는 크게 관계없지만 보고인들의 의외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다거나 유명한 ‘대체로 무해함’이 언급되는 부분(도대체 이 장면은 왜 잘린 거야!) 등 팬들을 즐겁게 할 삭제 장면은 물론, 배우와 제작진이 아예 작정하고 삭제 장면처럼 꾸민 ‘진짜 삭제 장면’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만든 이들이 얼마나 이 영화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감독 인터뷰
진짜 삭제 장면

이외에도 원작을 읽어야만 웃을 수 있는 ‘안내서에 등록된 추가 내용’이라든가 오프닝에 나오는 돌고래들의 노래이자 영화의 주제곡인 “물고기 고마웠어요”의 싱어롱(가사가 화면에 표시되어 노래방처럼 따라 부를 수 있다) 메뉴, 누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비현실적인 경로’ 등은 ‘히치하이커 안내서’와 똑같이 디자인된 메뉴와 함께 DVD마저 이 전 우주적 농담의 일부분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히치하이커>는 원작과 영화의 골수팬들이 더욱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타이틀임은 분명하지만, 단관 상영과 극히 일부 팬들의 열광으로 제한되었던 작품의 운명이 과연 DVD로 반전될 수 있을 지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예상하기 어렵다. 대체로 무해한 타이틀이다.

보고인 효과는 짐 헨슨 워크샵에서 담당
안내서에 등록된 추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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