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7일 막을 내린 제3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아시아의 대표 감독들이 만든 커머셜단편영화를 묶어 ‘아시안트렌드’라는 섹션으로 소개했다. 상영작은 일본의 네슬레 킷캣 초콜릿이 제작·투자한 <하나와 앨리스>와 <태풍태양-단편 3부작>(우리가 알고 있는 개봉된 장편과는 다른 버전), 중국의 존보 미디어가 기획하고 포드사가 투자한 <집중의 순간>(Focus: this moment). <집중의 순간>은 포드의 새로운 세단 이름인 ‘포커스’를 모티브로 하여, 8인의 젊은 작가가 현대 중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을 단편에 담고 있다. 제품을 노골적으로 광고하지 않으면서 감독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그러면서도 투자자에게 확실한 홍보효과를 선사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돋보이는 기획력을 선보인 존보미디어의 왕타용 부사장을 만났다.
-존보미디어에 대해 설명해달라.
=8년 전 <귀신이 온다>를 제작하면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뿐 아니라 TV드라마도 제작하고, 제작뿐 아니라 투자, 배급도 겸한다. 거래량으로만 따지면 중국 내 최고라고 볼 수 있다. <연인> <무극>의 해외배급, 한국영화 <외출> <주먹이 운다>의 중국 내 배급도 진행했다. 내년 중 외부에서 구입하는 100편을 포함한 총 300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존보미디어의 창립멤버인가.
=나는 2년 전에 영화계에 들어섰다. 그전에는 제품 PR 업무에 종사했지만, 늘 영화가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영화평론을 하기 시작했는데, 기왕이면 내가 잘할 수 있고 해왔던 일을 영화와 접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의 순간>은 어떻게 이루어진 프로젝트인가.
=중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중국인의 현대 생활을 보여줄 만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스폰서를 구하던 중, 신차 출시를 앞두고 새로운 방식의 홍보·마케팅을 고민하던 포드사와 접촉하게 된 거다. 그쪽에서 내건 모티브는 집중(Focus), 우리가 내세운 주제는 순간(this moment)인데, 두 가지가 마침 잘 어울렸다. 영화화 과정 자체가 한편의 영화였다.
-어떤 성과를 거뒀나.
=총예산 25만달러를 들여 8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총 1천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영화를 감상했다. 포드 홈페이지에서 이루어진 투표에 1만8천명의 네티즌이 응모해서 지앙시아오 감독의 영화가 최고 작품상을 포함한 네개 부문을 휩쓸었다. 대부분 독립영화감독이었던 참여 감독들은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영화의 예술성을 지켰다는 반응이고, 스폰서인 포드 역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커다란 홍보 효과를 거뒀다면서 굉장히 큰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존보미디어 역시 영화계 안에서 새로운 단편영화를 제작, 시도한 점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런 식의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게 있나.
=스위스의 시계회사와 함께 <Time>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이전에는 소재를 먼저 정하고 스폰서를 구했다면, 앞으로는 스폰서와 함께 소재부터 논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