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하는 <광식이 동생 광태>는 순진남 형과 ‘발진(발랑까진)’남 동생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알아보는 ‘연애에 임하는 남성 생태 보고서’다. 한여자를 7년동안 짝사랑하지만 끝내 고백하지 못하는 광식과 한여자를 12번 만나면(자면!) 슬슬 정리해야한다는 신념의 소유자 광태. 남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광식스러움 또는 광태스러움 때문에 연애하면서 저질렀던 ‘삽질의 추억’(김현석 감독이 가사를 만들고 두 주인공이 노래한 이 영화의 주제곡이다)이 있을 것이다. 또한 여자라면 남자친구의 광식스러움 또는 광태스러움 때문에 복장 뒤집어졌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두 형제가 벌이는 전방위의 ‘삽질’을 유쾌하게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이자 <어바웃 어 보이>처럼 다 자랐(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섬에서 웅크리고 있는 ‘사실상’ 소년들의 따뜻하고 쌉싸름한 성장담이다.
이 영화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이며 광식과 광태를 연기한 김주혁(33)과 봉태규(24)를 13일 만났다. 누가 말을 붙이지 않아도 연신 킥킥거리며 남들이 보기에는 별로 웃기지도 않는 ‘농담따먹기’를 이어가는 모습이 ‘주혁이 동생 태규’ 형제처럼 보였다.
연애계의 평화유지군, 광식이
어딜 가나 그런 사람 꼭 있다. 여자들의 온갖 고민 다 들어주면서 연애 상대는 절대 되지 못하는 만인의 오빠. 광식이 바로 그다. 대학시절 한 눈에 반한 동아리 후배 윤경(이요원)을 친구가 찍어서 연애질하는 동안 남학생들의 관심 밖 여학생들을 집중 관리했던 그의 별명은 연애계의 평화유지군. 졸업 뒤 7년만에 윤경과 조우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주춤거리다가 사진관 후배 일웅(정경호)에게 윤경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거절당하는 걸 공포 수준으로 두려워한다는 점에서는 광식이랑 비슷해요. 광식이처럼 ‘오빤 좋은 사람이예요’라는 말도 들어봤고. 그런데 광식이는 너무 소심해서 처음엔 좀 답답했죠.” 광식이와 광태의 연애는 성격과 연애관의 차이로 나눌 수도 있지만 세대차이로도 설명할 수 있다. ‘찍으면 바로 들이댄다’ ‘지겨워지기 전에 접는다’는 연애관은 아무래도 20대의 것에 가깝다. “30대가 되면 결혼을 염두에 두게 되니까 여자를 만나는 데 제약이 많아지는 것같아요. 충동적으로 저지르기 힘들죠. 20대가 처음 본 여자한테 슬쩍 뽀뽀하면 귀여운 짓이 되지만 30대가 그러면 완전 성추행이잖아요(웃음).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같아요. 20대 초에 연극할 때는 깨지더라도 맘껏 질러보면서 연기를 했는데 이제는 이런저런 계산을 더 많이 하죠. 그래서 태규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걸 보면 참 부러워요.”
바람둥이에게도 순정은 있다? 광태
영화 초반 광태는 전형적인 천진난만발랄 작업남처럼 보인다. 순전히 여자를 건지기 위해 마라톤에 참가한 그는 ‘착한’ 몸매의 경재(김아중)를 발견하고는 주루룩 침을 흘리고, 우연히 경재를 다시 보자 무작정 버스에서 내려 달려간다. 그러나 열두번의 도장을 찍기 전에 경재가 결별을 통고하자 생체리듬이 변하면서 ‘선수’로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꺼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사랑이 아니니까 변하지.(경재)” 제대로 걸렸다.
굳이 분석한다면 ‘광태이고 싶은 광식이’이 가깝겠지만 광태와 광식 쪽에서 어느 편이냐고 물으니 봉태규는 망설임없이 “광태”라고 말한다. “마음 속에 있는 걸 담아두지 않는 성격이예요. 좋아하는 여자 생기면 직설적으로 고백하죠. 전 광태가 너무 맘에 들어요. 경재랑 잘 되도 한량같은 성격 버리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광식:광태=소심남:작업남’의 분류가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광태가 경재에게 장난처럼 “몇명하고 해봤어?” 물어봤다가 괜히 혼자 마음 상하는 장면을 예로 든다. “정말 대범하고 쿨한 사람이라면 그러지 않잖아요. 헤어지자고 한 다음에 경재의 집에 다른 남자가 들어가는 걸 보고 눈 뒤집혀서 땡깡부리는 것도 그렇고, 사실 광태는 평범한 남자고 실은 철없는 어린애같은 구석이 많은 친구죠. 완전히 쿨한 연애? 그런 건 없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