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디스 월드>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영화가 된 경우다. 스탭 몇명과 아시아를 찾은 영국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찍듯 극영화를 완성했다. 그 속엔 난민생활을 경험했던 자의 이야기가 녹아 있으며, 주연배우가 나중에 실제로 망명 신청을 하게 되자 영화는 현실로 바뀐다. 그러니 DVD의 부록인 ‘제작 뒷이야기’는 필견이다. 마이클 윈터보텀과 작가 토니 그리소니가 여정을 따라가며 로케이션, 캐스팅, 각본, 제작 분위기, 에피소드 등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게 또 한편의 <인 디스 월드>로 완성된다. 프랑스 난민촌에서의 협조가 가장 아쉬웠다는 윈터보텀의 목소리는 현재 무슬람 이민자의 분노와 직면한 프랑스와 유럽의 톨레랑스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경험이다.
그외 부록인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영화강의, 감독의 짧은 작품 소개도 영화에 대한 안내서로 근사하다. <인 디스 월드>는 언뜻 윈터보텀의 작품 중 <버터플라이 키스>와 가장 멀리, <웰컴 투 사라예보>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윈터보텀 작품의 넓은 스펙트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사랑했던 여자를 죽여야 했던 여자의 고백인 <버터플라이 키스>는 맹세가 되어 이후 작품에 이어졌다. 그게 현대 런던의 가족 이야기가 됐건 18세기 미국의 개척지 이야기가 됐건 혹은 미래의 어떤 공간이 됐건 거의 언제나 윈터보텀은 사랑을 공유했던 자의 내부에 생긴 상처와 죄의식을 유포하며, 인간 내면에 대한 농밀한 분석과 세계로 향한 창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윈터보텀은 영국영화의 진정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