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영화 <도쿄 데카당스> 들고 온 무라카미 류
2005-11-18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아무 관객에게나 권할 수 없는 영화라오”
무라카미 류 감독

소설가로 많은 한국팬들을 거느린 무라카미 류(53)가 영화감독으로 한국을 찾았다. 12월2일 개봉을 앞둔 <도쿄 데카당스>는 자신의 소설 <토파즈>를 91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으로 지금까지 그가 감독한 5편의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봉되는 영화다. 에스엠(가학피학적 성관계)클럽에서 일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노골적인 가학피학적 성묘사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한번의 수입추천불가 판정과 3차에 걸쳐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가 6분8초를 삭제한 다음 18살이상 관람가로 개봉이 가능하게 됐다.

노골적 성묘사 등 368초 삭제, “인생 짜증나는 분이라면…”

한국에서 시사회가 열리던 17일 오후 만난 그는 “극장을 잡기 힘들어 도쿄 긴자의 한 극장에서 심야상영으로 개봉했던 일본에 비하면 한국의 사정이 나은 것같기도 하다”면서 “일본과 뉴욕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렸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같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호텔에서 만나는 남자들은 모두 굴절된 욕망을 가진 인물들로 현대 일본 사회의 병적 징후를 대변한다. 감독이 이 징후의 원인으로 짚는 것은 개인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다. 그러나 무라카미 류는 “거품경제가 끝나가던 91년만 해도 일본은 과거처럼 하나의 큰 덩어리같은 공동체 집단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젊은이들은 예전과 같은 동질성이나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살지 않는다는 게 영화을 찍을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나 <도쿄 데카당스>처럼 발표했던 소설을 영화화하거나 <교코>(제1회부천국제영화제 초청작)처럼 영화를 먼저 만든 다음 소설에 옮기는 작업을 해온 그는 “영화나 소설이나 상상력을 살려내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같은 창작 작업”이라고 말하면서 “영화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떤 스탭과 일하느냐가 중요하고 좋은 배우나 카메라 감독을 만나면 나의 예상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같다”고 덧붙였다.

4번째 연출작인 <도쿄 데카당스>는 그가 처음으로 메이저가 아닌 영화사와 작업한 작품으로 “내 돈을 털어 슈퍼 16미리 카메라를 살 정도로 에너지를 가지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쳤던 영화”였다고 평했다. 그렇지만 워낙 극단적인 취향의 작품이라 “지루한 인생이 짜증나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인생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보면 즐거울 지도 모르겠지만 아무에게나 권하거나 무조건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할 처지가 못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 일본을 침공하는 내용의 소설 <반도를 나가라>를 발표해 일본 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았다. 이 소설이 그가 혐오하던 군국주의나 내셔널리즘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한국의 불편한 시선에 대해 그는 “아직 한국어로 완역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논할 단계가 아니”라면서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알겠지만 초창기나 지금이나 나는 변한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진=백두대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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