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이누야샤 - 시대를 초월한 마음> 일본 상업 애니메이션의 정석
2005-11-18
글 : 한청남

자신이 살고 있는 신사의 우물을 통해 500년 전 일본 전국시대로 가게 된 소녀 카고메.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실수로 깨트린 사혼의 구슬 조각을 모으기 위해 반인간 반요괴인 이누야샤와 함께 요괴들과 싸우는 모험을 계속해나간다. 그러던 와중, 이누야샤의 아버지에 의해 봉인되어 있던 대륙 요괴의 우두머리 메노우마루가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그는 이누야샤가 가지고 있는 검 ‘철쇄아’의 힘을 빌려 최강의 요괴로 거듭난다. 카고메와 이누야샤는 과연 세상을 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메존일각> <란마 1/2> 등으로 유명한 코믹 만화의 대가 다카하시 루미코. <이누야샤>는 그런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서 1996년 첫 연재 이래 지금껏 40권이 넘는 단행본을 내놓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그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TV 애니메이션도 꾸준한 호응을 얻으며 160여 편이 넘게 방영되었으며, 겨울방학 특수를 노린 장편 극장용 작품 역시 4편이나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시리즈 최초로 국내 발매되는 DVD는 지난 2001년 일본에 개봉된 첫 번째 극장판 <이누야샤 -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다.

소년만화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이누야샤> 극장판 역시 <드래곤볼>과 같은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정석을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강적의 출연으로 최대의 시련을 겪게 된 주인공들이 그것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여, 극장을 찾은 원작 팬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TV 시리즈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적 메노우마루에 의해 미륵은 특기인 ‘풍혈’ 기술을 도용당하고, 산고는 단짝 파트너인 키라라를 빼앗긴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이누야샤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던 카고메는 자신의 전생이었던 키쿄가 그랬던 것처럼, 이누야샤에게 활을 겨누게 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전개지만 <이누야샤>에는 적과의 치열한 대결 외에도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인간과 요괴, 현대와 과거의 시간의 장벽을 넘어서 서로 교감하는 카고메와 이누야샤의 모습이 제법 감동 있게 그려진다. TV 시리즈와 비교해 캐릭터의 작화가 미묘하게 달라져서 다소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역시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만큼 발전된 영상과 연출을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셀 애니메이션에 부분적으로 CG 기술이 사용된 작품으로서 DVD의 화질 역시 그러한 제작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풀 디지털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에 비해 선명도는 떨어지는 편이나 본래의 필름 질감을 살리는 쪽으로 제작된 듯 하다. 간간히 후방채널을 활용하는 음향 역시 극장 애니메이션의 그것 다운데, 일본의 전통 음악적 분위기를 현대 애니메이션에 잘 접목시킨 와다 카오루의 스코어가 돋보인다. JPOP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기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가 부른 엔딩곡이 메리트가 될 것이다. 비록 2.0 채널이긴 하지만 강수진, 정미숙 등 국내 성우들이 열연한 우리말 더빙 트랙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부록으로는 각종 예고편들과 정지화면으로 수록된 설정자료, 그리고 홍보물의 성격이 강한 30분 분량의 부가영상 ‘이누야사 스페셜’이 담겨있다. 대체로 일본 애니메이션 타이틀들의 부록이 시원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럭저럭 체면치례는 하고 있는 셈이다. 특별히 흠잡을 데 없는 타이틀로 제작되었지만, 방송 더빙용 번역을 그대로 옮겨온 우리말 자막은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누야샤 스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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