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희귀 자료들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지난해 프린트를 발굴한 최인규 감독의 <집없는 천사>(1941)의 시나리오, 1930년대 말 일본에서 상영됐던 한국영화들에 대한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기사 및 사진 자료,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세계 시민들에게 고함>의 프린트 등을 최근 수집해 들여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12월 중순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고전영화관에서 이번 희귀 자료들의 상영회 및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1940년대 조선영화주식회사와 함께 양대 제작 회사였던 고려영화협회가 만든 <집없는 천사>는 “부랑아 천사들의 교화를 다룬 작품”으로 영화평론가였던 고 이영일씨는 “마치 2차대전 직후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연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집없는 천사>의 시나리오는 각본을 쓴 일본인 니시가메 모토사다의 미망인이 기증한 것이다. <도생록>(1938), <수업료>(1940), <복지만리>(1941) 등 1930년대 말부터 1940년대 초 제작된 5편의 영화에 대한 자료들에는 “영화에 대한 평 외에도 시사회 장면, 극장 앞 풍경 등에 관한 사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계 시민들에게 고함>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납치사건에 관한 행동 지시 조직도를 직접 써서 언론사에 건넨 친필 메모”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달여 전,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참석했다 위 자료들을 들여온 한국영상자료원 이효인 원장은 “다른 자료 수집을 위해 연락을 취해왔던 이들로부터 우연하게 정보를 얻어 도쿄의 한 소규모 박물관과 오사카의 재야 영화사가로부터 얻은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연말까지 1930, 40년대에 만들어진 극영화 3편을 확인하고 또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현재 중국 전영자료관쪽과 협의 및 실사 중이다. 이효인 원장은 “내년에는 적지 않은 한국영화 관련 자료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아카이브쪽을 중심으로 수집, 발굴 계획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베 요시시게 사망 이후 관심이 모아졌던 나운규의 <아리랑> 프린트 발굴은 요원하게 된 것 같다고 한국영상자료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