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대중영화가 변하고 있다. 그간 인도에는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예닐곱곡에 달하는 노래와 춤, 해피엔딩을 갖춘 대중영화와 샤티야지트 레이로부터 이어지는 리얼리즘 계열의 아트하우스영화, 두 종류의 영화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올해 뭄바이의 극장가에는 제3의 길을 선택한 영화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해피엔딩을 보장하지 않는 이 영화들은 대중영화보다는 현실적이고, 아트하우스영화보다는 신랄하다. 이런 영화 중 올해 처음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 <3페이지>는 이상성욕과 마약으로 점철된 뭄바이 상류층을 통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일반적인 발리우드영화와 달리 복잡한 구성을 지닌 자신의 B급영화가 손쉽게 제작·투자자를 구하게 된 것에 대해 한 감독은 “5년 전만 해도 제작자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달라진 현실을 반겼다.
이러한 변화는 1997년 이후 인도에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입장료가 1.15달러인 일반 극장과 달리 멀티플렉스의 입장료는 평균 2.25달러. 일반 관객에 비해 고소득층에 속하는 멀티플렉스 관객은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확실한 소득과 예술적 자유를 보장했다.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는 이 영화들은 적은 수의 멀티플렉스 관객만으로도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 겸 제작자인 람 고팔 바르마는 “멀티플렉스 덕분에 작은 마을이나 지방관객 등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내가 관객으로 의도한 사람들과의 소통만 신경쓸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 인도의 멀티플렉스는 72개 극장, 276개 스크린, 8만9470석에 달하는 수준. 내년 말에는 그 수치가 135개 극장, 16만석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