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진저 스냅 3> 저주 받은 자매, 그 기원을 파헤치다
2005-11-25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늑대인간의 저주를 받은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캐나다산 공포 영화 <진저 스냅>. 그 세 번째 이야기인 <진저 스냅 3>(원제에는 ‘시작’이라는 의미의 ‘The Beginning’이 부제로 붙었다)는 시간대를 과거 19세기로 옮김으로써 저주의 시작을 파헤친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유럽인들이 북미 대륙에 유입되면서, 마치 전염병처럼, 역시 유럽에 기원을 둔 늑대인간도 함께 들어오게 되고 이것이 결국 진저와 브리짓 자매에게 시간을 초월한 저주의 서곡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영화는 늑대인간의 출현에 의해 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예언과 그것이 현실화되는 플롯으로 인해 백인들에 의해 유린당한 아메리카 인디언의 어두운 역사를 연상시킨다. 단순히 진저 자매의 저주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도 희미하게나마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드라마의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공포 영화로서의 <진저 스냅 3>는 늑대인간에 둘러싸인 요새라는 폐쇄적 공간을 배경으로 활용하면서 남성들만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에 여성, 그것도 늑대인간이라는 타자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과 진저가 늑대인간으로 변화해가는 끔찍한 과정을 함께 다루고 있다.

이렇게 한 영화에 섞여들어간 여러 가지 요소들은 사춘기 소녀들의 고통스러운 성장 과정을 늑대인간 영화와 영리하게 조합한 <진저 스냅> 시리즈의 적자다운 장점이며, 이 시리즈의 팬들이 흠뻑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이다. 아쉽게도 <진저 스냅 3>는 그러한 드라마의 가능성은 물론 공포 영화로서의 기능도 불완전하게 선보이는 데 그치고 말았지만 1, 2편에 이어 자매들을 연기한 캐서린 이자벨과 에밀리 퍼킨스를 다시 만난다는 반가움과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이룩한 연출은 일견의 가치가 충분하다.

DVD는 늑대인간의 섬뜩한 울음소리를 잘 살린 사운드가 의외로 강력하고, 화질도 준수한 편이다. 최근작을 담은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부록이 없는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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