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30일 출범하는 ‘한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공동대표 심산씨
2005-11-28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았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 올라가는 크레딧은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큰 보람이자 기쁨의 징표다. 그러나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니다. 때로 몇달의 노력이 무색하게 크레딧에서 삭제되는 경우도 있고 엉뚱한 자리에 이름이 배치되기도 한다. 각본, 원안, 각색, 윤색 등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나뉘어져 있는 시나리오 작업의 경우 작가들이 피해를 보거나 제작사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크레딧, 즉 저작권과 처우 문제 등 작가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Screenwriter’s Guild of Korea, 이하 작가조합)이 오는 30일 출범한다. 작가조합과 별도로 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 등도 각각 같은 형식의 조합을 30일 함께 출범시킬 예정이다. 바야흐로 충무로도 할리우드처럼 각 분야별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구성원들의 권익 보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직능단체 시대를 열려고 하고 있다.

<스캔들> <정사>의 김대우씨, <실미도> <공공의 적2>의 김희재씨와 함께 작가조합 공동대표를 맡은 <비트> <태양은 없다>의 시나리오 작가 심산(44)씨는 “많은 작가들이 오랫동안 조합 결성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각자의 사정으로 미뤄져왔는데 (제작자에게) 찍히거나 욕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서면서 급속도로 논의가 진전됐다”고 말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였던 작업에 대한민국 대표선수급 작가들이 동참하면서 조합 결성이 진척된 셈이다.

현재 작가조합에 등록된 작가는 42명. 세 공동대표 외에도 박헌수, 공수창, 김문성, 변원미 등 유명 현역 작가들과 주요 개봉작의 크레딧 앞에 이름을 올린 젊은 작가들의 상당수가 명단에 올라있다. 작가조합 설립 취지 첫줄에는 ‘수준 높은 시나리오의 지속적인 공급’이라고 적혀 있다. 그저 듣기 좋은 문장을 쓴 건 아니다. “충무로의 일반적인 시나리오 개발은 제작사가 하나의 아이디어를 잡고 작가를 붙여 진척시키는 식이다. 엎어지기도 쉽고 작가가 바뀌거나 늘수록 저작권도 애매해지며 무엇보다 시간과 노력의 손실이 제작사, 작가 쌍방에 너무 크다. 작가조합쪽에서 완제품의 질 좋은 시나리오를 공급하고 그에 타당한 보수와 저작권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작가조합은 작품 중심으로 묶여 정작 동종업자끼리는 알고 지내기도 힘든 현실의 벽을 깨고 제작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일을 나눌 수도 있는 연대와 교류의 장이 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창 제작중인 <야수> <음란서생> <한반도> 등 작가조합 소속 작가가 각본에 참여할 경우 크레딧의 이름 뒤에 ‘sgk’라는 작가조합명을 병기하게 된다.

심씨는 내년 초부터 운영할 계획인 ‘한국영화 시나리오 마켓’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시나리오 마켓’은 영화진흥위원회가 2년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운영해온 시나리오 디비(DB)와 일년에 두번씩 열던 시나리오 공모전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상시적인 심사와 월별, 분기별 추천작 선발을 통해 작가 선발의 폭을 넓히게 된다. 영진위는 시나리오 마켓이 작품의 영화화를 중개하고 작가들의 저작권 보호를 대리하는 ‘에이전트’의 역할까지 맡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심씨는 시나리오 디비(DB) 운영위원회의 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작품 공개를 통한 심사 및 중개 등의 투명성 확보가 시나리오 마켓의 핵심”이라고 꼽으면서 “시나리오마켓의 정착으로 자신의 작품이 심사위원이나 영화사 등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등록작의 전반적인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며 신진작가들에게 주로 피해가 오는 저작권 시비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한겨레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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