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인기 요인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 제작사 니켈로디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언뜻 한없이 유치한 애니메이션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어른들도 빠져들 만한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네모난 신체의 스폰지밥이 사는 비키니 시티는 말이 바다 속 마을이지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한 장소. 물고기들이 두발로 걸어 다니고 말을 하는 그곳은 직원들을 착취하는 구두쇠 집게 사장과 매사에 냉소적인 징징이 등 인간 이상으로 속물적인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반면 어린이 같은 감수성을 지닌 스폰지밥과 단짝 친구 뚱이는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늘 예측불허의 사건들을 저지르고 다닌다. 때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이는 언제나 쾌활한 스폰지밥이다.
바다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정도로 기발한 유머와 풍자로 가득한 <스폰지밥>의 창조자 스티븐 힐렌버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해양학 전공자. 그가 TV 시리즈에 이어 연출을 맡은 극장판에서는 스폰지밥과 뚱이가 비키니 시티를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으로 진출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숙적 플랭크톤의 음모로 위기에 빠진 집게 사장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고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들과 잔인한 살인청부업자 등 온갖 위험과 마주하게 되지만 스폰지밥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은 역시나 어린이 같은 감수성이다.
극장판답게 TV판 보다 정교해진 영상을 보여주는 대신 밀도가 떨어진 측면도 없진 않으나 특유의 위트는 여전하므로 어린이 시청자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TV판의 열광적인 팬이라면 실사로 찍은 오프닝 장면만으로도 흥에 겨울 것이다.
이번 <스폰지밥 극장판> DVD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우리말 더빙의 수록이다. 국내 개봉 당시부터 팬들 사이에서 큰 관심사가 되었던 부분으로, 재능방송의 TV판 더빙을 맡았던 성우들이 거의 그대로 참여해 맛깔 나는 연기를 펼쳤다. 스칼렛 요한슨, 알렉 볼드윈 등 영어 음성의 캐스팅이 화려하긴 하지만 <스폰지밥>의 목소리는 아무래도 귀에 익숙한 우리말 더빙이 어울린다. 영어 음성과 우리말 더빙을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는 것은 DVD만의 장점. 두 가지 모두 돌비 디지털 5.1 방식을 지원하는데, 깨끗하게 들리는 대사와 극장 애니메이션다운 박력 있는 음향이 꽤 수준급이다.
화질에 있어서는 오프닝 장면 등 실사 처리된 영상들이 다소 불만스럽지만 주가 되는 애니메이션 파트는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에 못지않은 최상급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실사 장면들의 색상이 다소 탁하고 디테일이 잘 살아있지 않은 반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배경은 화려한 색채와 선명한 영상을 자랑한다. 바다 속의 독특한 질감 표현도 탁월하여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울 정도다.
그리 많지 않은 부록 가운데 중심이 되는 것은 작품의 제작 과정을 담은 ‘스폰지밥의 숨겨진 이야기’. 감독 스티븐 힐렌버그와 주연 성우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극장판의 게스트 캐릭터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과 알렉 볼드윈도 출연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카메오 출연한 데이비드 핫셀호프에 관한 내용. 그의 모습을 본뜬 엽기적인 대역 인형은 본편에 나왔던 것 이상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스폰지 “밥” 이야기’는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 부록에도 출연했던 권위 있는 해양학자 장 미셀 쿠스토가 진행하는 바다 생물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 당초 <스폰지밥>을 이해하지 못하던 그가 힐렌버그 감독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되고 그걸 계기로 <스폰지밥>의 캐릭터와 실제 바다 생물을 비교하며 소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다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을 배려한 재미있는 부가영상이다.
그 외 애니메이션 완성 전의 스토리보드 영상을 보여주는 ‘Animatics’와 바다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해변 구하기’, 그리고 <특전 U보트>와 <붉은 10월> 등 잠수함 영화들의 장면을 절묘하게 편집하여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했던 화제의 티저 예고편이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