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네오리얼리즘 거장 비스콘티의 초기 대표작, <강박관념>
2005-12-01
글 : 김의찬 (영화평론가)

EBS 12월4일(일) 오후 1시50분

이탈리아의 초기 네오리얼리즘을 논할 때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을 빠뜨리면 곤란하다. 그의 영화는 최근 <흔들리는 대지>(1948)가 공중파로 방영된 바 있다. <강박관념>은 <흔들리는 대지>보다 앞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적 영화로 꼽히곤 한다. 영화사에 관심있다면 거절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의미다.

떠돌이 청년 지노 코스타는 몰래 트럭을 훔쳐타고 한 농가에 오게 된다. 이곳에서 주세페는 젊은 아내 조반나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지노는 이들 부부와 함께 지내기로 한다. 조반나와 지노의 관계가 깊어지고, 둘은 함께 도망치기로 하지만 조반나는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도망친 것을 남편이 눈치채기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다시 사랑의 감정이 피어오른 조반나와 지노는 교통사고로 위장해 주세페를 살해한다.

어쩌면 영화 줄거리를 유심히 읽은 독자라면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다른 영화로도 여러 차례 제작된 적 있는 제임스 케인의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이다. <강박관념>은 영화가 제작된 이후 이탈리아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파시즘 치하에서 공식적으로 상영을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좌파 지식인들은 영화에 대해 상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는 어느 치정극을 철저하게 객관적 시선으로 관찰한다.

떠돌이 남자는 유부녀에게 욕정을 느끼며 유부녀 역시 그의 젊은 육체에 끌린다. 따라서 아무런 영문을 모른 채 관련된 한 남자가 살해당하는 지경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의심까지 품게 되면서 일탈을 결심했던 남녀는 그리 순탄치 못한 길을 걷게 된다. <강박관념>은 거친 영화다.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은 야외에서 촬영한 탓에 거칠고 투박하며 실내장면 역시 극단적인 조명 탓에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추어 배우들이 곳곳에 출연하고 있는데 이렇듯 영화는 네오리얼리즘의 여러 조건을 앞서 제시하는 역할하고 있다. <흔들리는 대지>만큼 역동적인 장면은 찾아볼 수 없지만 비극 속으로 발을 딛는 커플의 모습을 풍부한 시정을 곁들여 표현했다는 점에서 <강박관념>은, 비스콘티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다. 마시모 지로티, 클라라 칼라마이 등의 연기 역시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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