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유전무죄 무전유죄, 맞습니까?”, <홀리데이> 촬영현장
2005-12-05
글 : 박혜명
지강헌의 탈주극 다룬 양윤호 감독의 <홀리데이> 군산 촬영현장

“형, 난 살고 싶지 않아!” 무리 중 가장 나이 어린 민석(여현수)이 외친다. 그는 왼팔로 열서너살 돼 보이는 여자아이 목을 옥죄고 있고 오른팔로는 식칼을 위험하게 휘두르고 있다. 1988년 죄수 호송차량에서 탈출한 지강헌 외 12명의 탈주자들 중 마지막 인질극까지 이른 이들은 4명이었다. 지강헌에 해당하는, 극중 지강혁(이성재)은 좁은 마당을 벗어나지 못한 채 흥분해 있는 민석에게 총을 겨눈다. “그만둬. 넌 살아야 해.” 대문 위와 바깥으로부터 내리쬐어오는 겨울 오후의 조명빛이 따뜻하고 눈부시다.

지강혁, 민석, 장경(장세진), 상호(문영동) 등 지강혁 일당 4명은 여대생 효주(조안)와 그녀의 여동생 효경(김지선)을 붙잡고 격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길 잃은 쥐들처럼 효주의 집 안팎을 휘젓고다니는 지강혁 일당은 이것이 자신들의 마지막임을 직감하는 듯하다. 여현수와 김지선의 눈빛은 리허설 중에도 크게 떨린다. 이성재와 조안은 창살 달린 안방 창문 밖으로 답답하게 얼굴을 내보인다. “나 할 말 있다!”라고 소리지르던 이성재가 유리창을 깨고 조각 하나로 목을 그으면 조안은 그의 팔을 붙들고 “아저씨 죽지 마”라며 매달릴 것이다. 양윤호 감독은 영화 <홀리데이>의 클라이맥스 상황의 인물 동작과 동선 순서를 두고 배우들과 세심히 상의한다. 각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극적 상황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한다. 비좁은 효주네 집 공간에서 그려지는 죄수 4명과 인질 2명의 동선은 이들의 생사를 가르는 길이기도 하다.

9일간의 탈주가 지독했음을 표현하듯, 배우들의 얼굴은 새카맣고 초췌하다. 특히 가죽 같은 근육과 뼈만 남은 이성재의 육체는 생의 조건이 최소한으로 남은 지강혁의 것으로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이성재는 “실존 인물이었던 지강헌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캐릭터를 잡는 과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사회적인 이슈를 불렀던 지강헌의 탈주극 <홀리데이>는 <리베라 메>와 <바람의 파이터> 등에서 남성 중심의 굵직한 드라마로 인상을 남긴 양윤호 감독의 7번째 연출작이다. “사람 냄새 많이 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연출의도를 짤막하게 답하는 양윤호 감독의 현장에서 지강혁 일당으로 모인 배우들의 사이가 유독 끈끈하고 절친해 보인다. <조폭마누라>를 제작한 현진시네마는 이번 영화를 위해 익산시의 지원을 받아 13억원짜리 교도소 세트를 지었다고 한다. 순제작비는 55억원. 롯데시네마가 배급하며, 2006년 설 개봉예정이다.


사진 최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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