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우리가 그렇게 촌스럽게 보이나요? <청춘만화> 촬영현장
2005-12-05
글 : 이영진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권상우·김하늘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청춘만화> 촬영현장

더디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청춘만화>의 제작진도 그러하다. 지난 11월22일 밤 9시, 서울 강남의 한 자동차 극장에서 공개된 <청춘만화> 현장. 방한용 난로와 천막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오래지만, 카메라가 돌면 그때부턴 초가을 모드를 연출해야 한다. 긴 부츠를 벗고서 단화로 갈아 신은 김하늘은 촬영 시작과 함께 담요마저 뺏기자 주먹 쥐고 이 악무는 것만으로 엄습하는 냉기를 견뎌내고 있다. 빨간 스웨터 입은 권상우는 김하늘보다는 조금 나은 표정이지만, 이따금 목도리도마뱀마냥 고개를 흔들며 으슬으슬한 한기를 쫓고 있다.

누가 봐도 권상우의 ‘바가지 머리’가 맨 먼저 눈에 띈다. 가발인가 했더니 매니저가 아니란다. 앞머리를 일자로 싹둑 잘라낸 데는 이유가 있다. 권상우가 맡은 지환은 성룡을 동경하며 최고의 액션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20대 초반의 젊은이. “정신연령이 10살에서 멈춰버린 것 같은” 천진한 남자 지환은 머리 스타일마저 성룡을 본떴다. “<야수> 끝내고 나서 심신이 지쳐 있을 때 합류해서 그런지 적응이 안 되더라. 그래서 머리를 확 잘라버렸다. 그랬더니 좀 낫더라”고 권상우는 바가지 머리 예찬론을 펼친다.

촌스럽기로만 따지면 깍쟁이 단발머리를 한 김하늘도 권상우에 뒤지지 않는다. “<동감> 이후에 예쁘게 꾸미고 나온 영화가 한편도 없다”는 김하늘의 푸념은 오디션 때마다 부들부들 떠는 바람에 매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배우 지망생 달래 역을 맡은 <청춘만화>에서도 해소되지 않을 듯하다. 극중 지환과의 첫 데이트를 위해 화장까지 곱게 한 이날, “시대 배경이 정말 현재 맞냐”는 누군가의 질문은 김하늘에게 비수가 될 법도 하다. “우리가 그렇게 촌스럽게 보여요? 이거 나름대로 요즘 비싼 옷인데…”라고 깔깔거리지만 말이다.

자동차 극장이 몇 십년 전부터 있을 리 없고, 시대물 아니냐는 오해는 그래서 뜬금없지만, 가만 보면 엉뚱한 건 아니다. <청춘만화>는 10년 넘게 서로에 대한 감정을 우정이라 의심치 않던 두 남녀가 스무살 넘어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확인하는 로맨틱코미디다. 지환과 달래의 로맨스는 개와 고양이처럼 아웅거리는 현실만으론 완성이 불가능하고, 그래서 <청춘만화>는 이따금 추억이 깃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런 사정을 알고 있는 권상우, 김하늘 두 배우에게서 촌스런 복고 분위기가 풍겨나는 것은 이한 감독 입장에선 내색하진 않지만 만족스러운 일이다.

<청춘만화>는 <연애소설>로 데뷔한 이한 감독의 두 번째 작품. 권상우, 김하늘 두 사람의 동반 출연이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떠올리지만, 이한 감독은 “억지스러운 상황보다는 자연스러운 감정 연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40% 촬영했으며, 내년 3월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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