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너구리들의 반란
2005-12-07
글 : 한청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선배이자 평생 동료로서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를 이끌어온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1994년 작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그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 가운데 국내 첫 개봉된 작품으로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판타스틱한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의인화된 너구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인간 사회에 대한 지독한 냉소와 조롱을 담고 있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자신들의 살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너구리들은 해학적으로 그려진데 반해, 그와 대비되는 인간들의 속물적인 모습은 너무도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감독의 전작 <반딧불의 묘>나 <추억은 방울방울>이 그러했던 것처럼 실사를 방불케 하는 치밀한 묘사와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초현실적인 연출이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 보호를 주제로 한 여느 영화들 이상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겉보기와 달리 한 없이 진지한 작품이지만 너구리들의 익살맞은 행동과 ‘요괴대작전’의 화려한 볼거리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재미 또한 여전하다. 일본색이 매우 짙은 작품이라는 점만 미리 염두에 둔다면 또 한편의 명작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DVD로서의 화질은 기대 이상인데, 다소 실망스러웠던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에 비해 한층 안정되고 또렷한 영상을 보여준다. 중반에 잠시 등장하는 도서관의 3D 영상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작업의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교해도 그리 뒤지지 않는 깔끔한 화질이다. 특히 자연의 모습 그대로 섬세하게 표현된 배경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최근 장편 애니메이션들이 기본적으로 5.1 채널 사운드를 지원하는 것에 비해 돌비 디지털 2.0 스테레오 음향만을 지원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 하지만 대사나 배경음악들이 깨끗한 음질로 재생되므로 크게 불만을 느낄만한 구석은 없다. 기본적인 스테레오 방식만으로도 풍부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굳이 리시버를 가상 5.1 채널로 확장해주는 돌비 프롤로직 II 방식으로 조작할 필요는 없을 듯. 어린 시청자를 위해 마련된 우리말 더빙도 국내 성우들의 호연 덕분에 꽤 들을만 하다.

부록으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타이틀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있는 ‘그림콘티 영상’, 예고편, 작품 소개, 그리고 한국어 더빙 현장 등이 담겨 있다. 멀티앵글 기능을 통해 본편과 대조하면서 볼 수 있는 그림콘티는 제작 과정 중의 임시 그림들을 연결시킨 것인데 스케치만으로도 뛰어난 묘사력을 보여주고 있어 새삼 놀라움을 안겨준다. 비록 실제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우리말 더빙 연출을 맡은 PD와 국내 성우들이 작품에 대한 소감을 들려준다. 다른 지브리 작품들이 궁금한 이들에게는 출시예정작 정보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콘티
한국어 더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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