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폭력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의 버디무비, <킬러 엘리트>
2005-12-08
글 : 김의찬 (영화평론가)

<EBS> 12월10일(토) 밤 11시30분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1969)는 폭력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흔히 ‘수정주의’ 서부극이라 불리는 이 영화는 인물들 선악의 구분이 따로 없으며 총격전 장면을 빼어나게 찍은 작품으로 꼽힌다. 서부의 총잡이들이 피비린내나는 총격전 끝에 장렬하게 숨을 거두는 <와일드 번치> 속 장면은 이후 서부영화의 전통 자체를 바꿔놓기도 했다. <킬러 엘리트>는 현대 폭력영화의 대부라 할 수 있는 페킨파 감독의 1975년작이다.

마이크 로켄과 조지 한센은 같은 조직의 정보원들이다. 마이크는 한 망명 정치가의 호위임무 도중 동료인 조지의 총에 맞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그를 조지가 의도적으로 쐈던 것이다. 이후 마이크는 기나긴 수술을 받고 보행조차 곤란한 몸이 된다. 상사들은 마이크에게 퇴직할 것을 강요한다. 이후 다시 건강을 되찾은 마이크는 콜리스를 만난다. 콜리스는 일본 암살단이 목숨을 노리고 있는 한 대만의 정치가가 무사히 출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의뢰를 마이크에게 부탁한다.

<킬러 엘리트>는 샘 페킨파 감독의 스타일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액션 장면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비교적 느린 속도로 보여지는 액션들은 장엄한 기운을 띤다. 그럼에도 <킬러 엘리트>는 <와일드 번치> 시절의 페킨파 감독의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를 둔다. 폭력적 장면들은 자제돼 있으며 캐릭터들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덕분에 제임스 칸과 로버트 듀발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이들 두 배우가 주축이 되는 버디무비로 태어났다. 두명의 남성이 전면에 나서고 있으면서 배신과 음모,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심리적 과정을 강조하는 장르영화가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하는 수려한 풍광과 비행기와 요트 등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다양한 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1970년대에 샘 페킨파가 만든 영화들은 수준이 그리 고르지 않다. <겟어웨이>(1972)와 <관계의 종말>이나 <가르시아> 등의 영화들은 상업적인 성공과 서부영화의 종언 등의 의미를 지니지만 수준은 들쭉날쭉했다. 그럼에도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보다는 사회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자 장르적 일탈을 시도한 영화들로 기억된다. <킬러 엘리트>는 페킨파 감독의 대표작이라 칭하기엔 곤란하지만 남성들의 모순되고 뒤엉킨 내면에 카메라를 들이댄, 범작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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