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두목이 교생이 되어 돌아오다, <투사부일체> 촬영현장
2005-12-12
글 : 김수경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다”라는 문구가 걸린 복도로 들어서면 3학년 8반 팻말이 보인다. 토요일 오전 9시, 이곳은 <투사부일체>의 촬영장인 경기도 하남시 신장2동 신장고등학교 교실이다. 복도에는 현장모니터와 동시녹음 파트가 진을 치고 있다. 교실에는 웅성거리는 32명의 학생들 사이로 카메라와 조명기가 석류처럼 박혀 있다. 이날 아침 촬영은 담임선생 광규(이광규)가 교생 계두식(정준호)을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두식의 성씨를 담임선생이 ‘개’로 적는 해프닝으로 시작된 1분30초 분량의 첫 테이크는 여덟번의 시도 끝에 오케이 사인이 내려졌다. “식사하셨습니까?”로 시작하는 계두식의 인사법은 여전하다. 카메라가 멈추면 엑스트라의 반응을 일일이 챙기거나 종소리가 들어갔는지 직접 체크하는 정준호의 꼼꼼함이 눈에 띈다. 학교인 탓에 정기적으로 울리는 차임벨 소리와 쉬는 시간에 노는 아이들의 소음을 관리하는 것도 제작부와 연출부의 주요한 업무이다.

그 다음은 교실에 들어선 두식이 강성고등학교 학생인 ‘형님’ 오상중(김상중)과 마주치는 장면이다. 잠든 오상중을 두식이 출석부로 내리치는 장면. 회수가 거듭될수록 출석부로 머리를 때리는 강도도 높아진다. CF 출신의 김동원 감독이 “재밌는데 한번만 더 때릴까?”라고 하자 김상중은 “뭘 다시 가”라며 제지하기 바쁘다. 시퀀스가 마무리되는 동안 출석부 폭행은 100여대는 가해졌다. 앵글이 바뀌어도 냉정하게 두들기는 손길은 매한가지다. “식사하셨습니까?”라는 대사는 반복되지만 오후 2시를 넘어가도록 점심시간은 요원하다. <투사부일체>에서 두식은 학생에서 교생으로 성장했지만 학교는 옛날보다 더 탐욕적이고 잔인한 모습이다. 김 감독은 “시간경과를 통해 전작보다 캐릭터가 업그레이드됐고 설명없이 이야기를 바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상중 뒤에 하하가 보이고, 그 앞에는 비련의 여학생 유미정 역을 맡은 한효주가 앉아 있다. 전작의 출연진이 고스란히 등장하는 설정에 대해 정준호는 “드라마를 좀더 구체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촬영이 70% 정도 진행된 <투사부일체>는 내년 1월에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사진 최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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