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무쓸모고등학교 유머 잔혹사, <다세포 소녀> 촬영현장
2005-12-15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B급달궁의 인터넷 만화 원작인 <다세포 소녀> 촬영현장

신문지로 벽을 바른 단칸방은 두명이 직각으로 누워 자기에도 벅차 보인다. 정리함을 대신하는 고장난 전자레인지와 다단계 피라미드 회사가 파는 진짜 피라미드 상자가 빼곡하게 들어찬 이곳은 <다세포 소녀>의 세트.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가 아픈 엄마(임예진), 조숙한 동생과 함께 험한 삶을 꾸려가는 방이다. 친구 한번 불러본 적 없는 이 방에 오늘은 어울리지 않는 왕자님이 찾아왔다. 스위스에서 전학 온 안소니(박진우)는 궁금한 점이 있어 이 가난한 소녀를 찾아왔다가 수돗물을 대접받고, 공들여 구긴 신문지의 사용처를 몰라 헤매며, 재래식 화장실에 빠지는 고난을 겪게 된다.

60% 넘게 찍어 이제 반환점을 돌아온 <다세포 소녀>는 B급달궁의 인터넷 만화가 원작인 영화다. “농담처럼 내 이름 걸고는 이 영화 도저히 못한다”고 말하다가 본명 대신 이 감독을 이름으로 내세우게 되었다는 이 감독은 캐릭터와 에피소드 위주의 만화에 기승전결을 갖춘 내러티브 구조를 더했다. 그러나 김옥빈이 정말 업고 있는 가난인형이나 안경을 사용해 분장했다는 외눈박이(이켠), 이날 찍은 화장실 에피소드에서 눈치챌 수 있듯 담대하고 천연덕스러운 원작의 유머 또한 끌어안고 있다.

무쓸모고등학교의 개성 강한 학생들이 주인공인 <다세포 소녀>는 배우들이 어릴 수밖에 없다. 1970년대 하이틴 스타였던 임예진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몇 안 되는 어른배우. 그녀는 “나이 먹었다고 감독이 원작 만화도 못 보게 하고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도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더라(웃음)”면서도 “어릴 적엔 우리 일이 노동이었는데 친절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고 준비기간도 넉넉해서 좋다”며 격세지감의 사연을 전했다. 이 감독이 어떤 사연으로 무수한 에피소드를 통합했는지 비밀에 부치고 있는 <다세포 소녀>는 내년 4월에야 무쓸모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무섭고도 우스운 사건을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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