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끝나지 않은 세월>의 김경률(41) 감독이 지난 12월2일, ‘끝낼 수 없는’ 인생을 마감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진 뒤 하루 만의 일이다. 주변인들은 “영화 작업은 끝났지만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빚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고, 제주에서 <이재수의 난> 공연을 준비하면서 무리했던 것 같다”고 사인을 추측할 뿐이다. 대학 시절 4·3 관련 사진전을 본 이후 사회운동에 투신했고, 제주 민요패 ‘소리왓’에서 활동해온 김경률 감독은 10년 전 제주시네마테크 독립영화제를 통해 영화제작을 결심했다. 이후 네오필름아카데미 워크숍을 통해 영화를 배운 그는, 제주인의 시선과 정서를 통해 4·3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의 두 번째 독립장편 <끝나지 않은 세월>은 4·3항쟁을 경험한 노인이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 “서울에 올 때마다 함께 <밀레니엄 맘보> 등의 DVD를 보면서,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역사 속의 젊은이들을 바라본 것처럼 제주의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며 시나리오를 쓰던 중이었다”는 말을 전한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그간 김경률 감독은 전문 스탭이나 제대로 된 기자재 하나 없는 제주도에서 애쓰며 작업을 해왔다. 비록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끝나지 않은 세월>은 오는 12일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나며, 관객과의 대화에는 출연배우와 PD가 감독 대신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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