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4일 <태풍>과 <킹콩>이 나란히 개봉하며 시작된 배급사들의 스크린 확보 경쟁이 연말로 가면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15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쓴 <태풍>은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영화답게 역대 최다인 530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막대한 스크린 수는 개봉 첫날 하루에만 28만명을 동원하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이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23만명을 뛰어넘는 수치. <킹콩> 또한 420개 스크린을 확보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여기에 전주까지 2주간 1위를 차지했던 <해리 포터와 불의 잔>과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는 <광식이 동생 광태>가 각각 2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전국 스크린에는 빈틈이 사라지고 있다. 이들 네편의 영화가 확보한 스크린은 전국 스크린 수(1500개)의 87% 이상인 1300여개에 이른다.
12월 넷째 주말에는 스크린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작업의 정석>이 400개, <파랑주의보>가 300개가량의 스크린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의 정석>은 연인들이 볼 만한 유일한 로맨틱코미디라는 점을, <파랑주의보>는 유일한 멜로영화라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최소 500만명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에 근접해지는 <태풍>이나 입소문을 통해 2주차에 더 좋은 성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킹콩>이 쉽게 스크린을 내놓지 않을 탓에 극장 쟁탈전은 더욱 달아오를 분위기다.
<왕의 남자> <청연>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뛰어드는 12월 마지막 주에는 가히 ‘스크린 전쟁’이라 불러도 좋을 상황이 펼쳐진다. 이들 세편은 모두 300∼400개 스크린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앞서 개봉한 영화들과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애써 만든 영화가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대중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장을 가진 CJ엔터테인먼트의 <태풍>과 쇼박스의 <작업의 정석>이 다소 유리할 전망이지만, 결국엔 영화의 힘이 스크린 수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들 ‘메이저 영화’들의 고래 싸움으로 올 연말의 ‘작은 영화’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