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일랜드>는 장기나 태아 적출을 위해 제조된 복제인간들이 자신들의 실상을 깨닫게 되면서 벌어지는 재난을 다룬 작품이다. <더 록>으로 액션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마이클 베이 감독은 생명을 구하거나 연장하기 위해 또 다른 생명을 희생해야만 하는 과학 발달의 모순, 그리고 기억을 갖게 됨으로써 ‘원본’과 구별이 불가능해진 복제인간의 정체성 문제 등의 대단히 심각한 주제를 흥미진진한 SF 액션으로 풀어낸다.
더욱이 이 영화는 극장 개봉 즈음 공개된 황우석 교수의 인간 배아 복제 성공 소식에 힘입어 상당한 설득력까지 얻게 되었고, 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을 수 있었다. 영화의 무대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는 설정 탓에 화면에 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기도 하다. 이것은 관객에게 마치 ‘이 이야기는 진짜로 믿을 만하다’라고 강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뒷맛은 밋밋하다. 시작부터 결말이 어떻게 될 지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식상한 내용을 보강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효과와 액션이 동원되었지만 결국 ‘뻔한 줄거리’라는 관객의 선입견을 돌려놓지는 못한다. 중반부의 고속도로 추격 장면이 꽤 아찔했지만, 드라마 부분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뻔한 영화일 뿐이니까.
2.3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종횡비는 격렬한 자동차 추격 장면과 탈주 장면이 반복되는 스펙터클을 담아내기에 제격이다. 다만 배경의 지글거림이나 몇몇 장면에서의 거친 질감은 깔끔하고 선명한 영상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거슬릴 소지가 있다. 이 같은 사소한 단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안정된 화면을 보여준다.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 역시 제 역할에 충실하다. 특히 액션 장면에서는 적절한 서라운드 효과와 함께 정교하고 박력 넘치는 음향으로 블록버스터 DVD 타이틀다운 맛을 제대로 내 준다.
가장 떨어지는 부분은 부록. 베이 감독의 전작인 <진주만> 등의 엄청난 부록에 감탄한 관객이라면 15분짜리 메이킹 다큐멘터리 하나만 달랑 들어 있는 <아일랜드>에 꽤나 실망할 것 같다.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영화 속 주요 장면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에 대한 간략한 분석을 담았다. 이 같은 사실은 아무리 1억 2천만달러짜리 블록버스터라 할지라도 극장 흥행이 안 되면 DVD도 ‘말짱 황’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