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 사람을 왜 그리 오래 잊고 살았을까. 그리고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이 고작해야 부고 때문이라니. 리처드 프라이어가 지난 12월10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정말, 예순다섯살에 심장마비로 죽기에는 너무 웃기는 사내였다. 기억해보니 그래도 80년대에는 <슈퍼맨3>에서 <할렘 나이트>까지 간간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60년대에 데뷔하여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인기를 모은 뒤, 진정한 전성기를 보냈던 70년대의 뒤안길이었다. 70년대에 무엇보다 그를 우리 기억 속에 묻어놓은 건 <실버스트릭>이었다. 특급열차 실버스트릭뿐이던가, 온 세상에 탈 만한 것은 모조리 타고 도망다니며 주인공 진 와일더를 돕고, 한편으로는 우리를 웃겼던 어벙하고 착해빠진 30대 중반의 흑인 아저씨. 그가 우리를 웃긴 대가로 예순이 넘어 오스카공로상을 타는 대신 딱딱하게 굳은 심장을 안고 이승을 접다니. 언제나 웃겼던 그가 딱 한번 슬프게 하는구나. 사람은 너무 빨리 병들고, 너무 자주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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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만 주던 사내, 눈물 주고 떠나다
씨네21 취재팀·사진제송 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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