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작업의 정석> VS <파랑주의보>
2005-12-22
글 : 임인택
'엉큼한 그녀' 볼까 '상큼한 그녀' 볼까
<파랑주의보>의 송혜교
<작업의 정석>의 손예진

닮은꼴, 송혜교와 손예진. 23살 동갑내기인데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여름향기>를 저마다 중요한 이력으로 챙겨두는 신파 멜로의 디바들. 사람들은 그들이 울기 전 먼저 울었다. 이들이 12월 극장가에서 만난다. 송혜교는 데뷔 10년 만의 첫 영화 출연작으로, 손예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섰다.

<작업의 정석>의 한지원(손예진).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27살. 억대를 주무르는 도도한 펀드 매니저가 남자 주무르는 건 일도 아닐 터. 사내들 생각 너덧 수는 가뿐히 내다보는 연애의 달인이다. 하지만 실은 현철표 트로트와 감성 코드가 일치하는 내숭 덩어리. 모처럼 대적할 만한 '선수'(송일국)를 만났는데 첫 데이트 땐 아차, 방귀까지 뀌는 푼수.

<파랑주의보>의 배수은(송혜교). 흰색이 잘 어울리는 17살. 얼굴, 성적, 맘결까지 빼어난 고등학교 2년생. ‘작업의 기술’ 따윈 관심없다. 먼저 다가가 계산 없이 고백한다. 첫 상대가 평범한 어리보기, 김수호(차태현)여서 학교는 난리가 나지만 끝끝내 수호에게만 평생 못 지울 첫사랑의 형적을 남기는 순수한 이기주의자다.

“내가 보기에도 민망한 장면이 있다”는 손예진의 말마따나, <… 정석>은 익살스런 말잔치와 볼거리를 원동력으로 삼는 코믹 멜로다. 신정구 작가(<안녕 프란체스카>)가 시나리오를 맡고, 노주현, 박준규, 개그맨 안상태까지 웃음을 위해 일렬종대로 세운다는 점에서 그 수위를 기대하게 되지만, 진짜 알심은 최루성 연기의 두터운 화장기를 지운 손예진의 푼수 연기다. 그에 견줘 <파랑주의보>는 잊지 못해 아프고 잊으려 하면 더 아픈, 명 짧은 첫사랑을 수채화처럼 그린 순정 멜로. 눈물샘을 자극했던 브라운관의 송혜교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장 ‘송혜교다운’ 연기로 스크린에 안착한 그를 만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선물>로 데뷔한 오기환 감독은 두 ‘선수’의 작업 공방을 우습고 발랄하게 그려내지만, 단선적 흐름으로 풍자나 은유까지 엮어내진 못한다. <파랑주의보>도 뻔하고 낡다. 일본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원작인데 동명 영화는 물론, 이전의 숱한 첫사랑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지 못한다. 아름다운 거제에 녹아드는 여름 한 철 사랑이 이 겨울 묘한 매력을 풍기는 게 그 중 즐거움이다. <베사메무쵸>의 전윤수 감독 작품.

손예진은 “처음으로 팝콘 먹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관객들도 딱 그 마음으로 들어서면 시간반이 금세 갈 듯. <작업의 정석>(21일 개봉), <파랑주의보>(22일) 둘 다 마찬가지다. 흥겹거나 짠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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