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이번엔 삼식이보다 더한 놈이다, <백만장자의 첫사랑> 촬영현장
2005-12-26
글 : 이영진

“한국에서 (현)빈이를 거부할 수 있는 감독이 있나?”(김태균 감독) 그만한 배짱이 없는 건 취재진도 마찬가지다. 12월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공개한 <백만장자의 첫사랑> 촬영현장은 ‘삼식이’를 보기 위한 150여명의 취재진들로 넘쳐났다. 카메라가 들어선 스위트룸 또한 마찬가지. 취재진이 몰려가자 금세 진땀 나는 사우나로 돌변했다. 이 때문에 가장 곤욕을 치른 이는 스탭들. 취재진이 드나들 때마다 호텔 직원은 깐깐한 B사감처럼 눈꼬리를 올려 세우더니, 결국 제작실장을 불러 “파손된 장식품들을 어떻게 변상할 것이냐”고 언성을 높인다.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스타덤에 오른 현빈에게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돌려차기> <키다리 아저씨>에 이은 세 번째 영화. 열아홉 성인이 되면 할아버지로부터 수천억원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는 탓에 매사 오만불손하고 안하무인인 재경이 그가 맡은 역할이다. 한 무리의 취재진이 빠져나가고, 다소 한가해진 틈을 타 현빈은 소품용 스파게티와 김밥을 번갈아 오물거리더니 “한마디로 무서울 게 없는 놈이죠. (삼식이보다) 훨씬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이고. 삼식이는 그래도 어른들 앞에서 손을 모을 줄은 알거든요”라고 재경에 관한 정보를 흘린다.

주저없이 택했지만, 현빈은 “처음엔 긴장을 바짝했다”고 한다. 주위에서 김태균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정해진 콘티가 없고, 테이크를 많이 간다”고 겁을 줘서다. 90% 촬영을 마친 지금, 그러나 두 사람은 스무살 터울에도 불구하고 절친한 친구 이상이다. “재경처럼 저도 현장에서 제멋대로예요.” 인서트 장면 촬영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에 몸을 일으키는 감독에게 “어서 찍고 오세요!”라며 놀리듯 생글거리는 걸 보면, 상대배우의 대사를 받아주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것을 보면, 카메라 앞에서 끊임없이 입을 놀리며 대사를 굴리는 것을 보면, 거짓은 아닌 듯하다. 현빈의 유일한 아쉬움은 “감독님이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것뿐이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강원도 산골에 있는 보람고등학교를 졸업해야만 수천억원의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할아버지의 유산 상속 조건을 뒤늦게 알고 오지로 향한 재경이 억척스런 고아 은환(이연희)을 만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청춘멜로. 김은숙 작가(<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가 시나리오를 썼고, 내년 2월 개봉한다.

사진 최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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