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바리 정환(최성국)의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다. 긴 머리 뒷모습이 인상적인 여자가 면회를 왔다고 하니 정환은 날 듯 뛸 듯 면회소로 향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정환을 기다리고 있는 은주(신이)의 앞모습은 상상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환은 자신이 은주의 구세주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엉겁결에 물에 빠진 폭탄녀를 구해준 일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최성국과 신이의 절묘한 코믹 연기 호흡에 스탭들은 “컷!”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추운 날씨를 잊고 웃기 시작한다. 남양주종합촬영소 근처에 있는 군대 면회소 촬영장. 해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촬영을 마쳐야 하는데다 촬영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다들 마음이 급하다. 미니스커트 차림의 신이는 감독의 주문에 찬바람을 막아주는가 싶었던 빨간 코트를 벗어들고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을 덜덜 떨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정환씨∼” 하며 방긋거리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인다.
<구세주>의 주인공인 최성국과 신이는 벌써 세 영화째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전 영화들에서 함께 나오는 신이 많지는 않았다지만,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네 오빠와 여동생 같은 분위기다. 최성국은 “신이가 너무 예뻐졌어. 그렇게 예뻐도 되는 거야?”라고 말하고, 그 얘기를 전해 들은 신이는 “그냥 정상으로 나오는 건데 참…”이라고 투덜거린다. 신인 김정우 감독의 데뷔작인 <구세주>는 상황이 주는 묘미를 최대한 살려 갈 생각이라고. 최성국은 스탭들에게 파란 점퍼를(등 부분에 ‘영화배우 최성국 증정’이라고 쓰여 있다), 신이는 스탭들에게 현장에서 입기 좋은 카고 팬츠를 선물, 추운 계절에도 즐겁고 따뜻하게 촬영을 마친 <구세주>는 12월9일 촬영을 마치고 내년 2월3일 개봉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