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5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지에서 개봉한 한·중·미 합작영화 <무극>이 유례없는 흥행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지명, 베를린영화제 비경쟁 부문 진출에 성공한 <무극>은 중국 개봉일 하루에만 31억원을 벌어들여 <타이타닉>이 보유한 중국 영화역사상 최고의 개봉일 스코어를 경신했다. 개봉일부터 첫 주말까지의 매표 수익은 111억원으로, <쿵푸 허슬>과 <영웅>의 기록인 80억원과 78억원을 뛰어넘었다.
준비단계부터 “중국 영화사상 최고의 영화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첸카이거 감독은 애초에 <무극>을, 세계적으로 어필하는 아시아영화로 생각했다. 한국의 장동건, 중국의 장백지, 일본의 사나다 히로유키(<망국의 이지스> <라스트 사무라이>) 등 세명의 주연배우를 아시아 3개국에서 캐스팅한 것은 그 때문. 시공을 파악할 수 없는 공간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노예(장동건), 진실한 사랑을 포기하고 아름다움을 얻은 왕의 여자(장백지), 패배를 모르는 장군(사나다 히로유키)이 나누는 엇갈린 사랑을 그린 <무극>은 무협액션보다는 동양적인 판타지의 성격을 더 많이 띤다. 한국쪽 투자사이자 한국 내 수입·배급을 맞고 있는 쇼이스트의 한 관계자는 “운명과 사랑 같은 소재,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를 중국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중국 내 흥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이유로 꼽히는 것은 “자국영화의 흥행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밀어주는 중국의 분위기”. 쇼이스트의 관계자는 <무극>의 중국 개봉을 앞두고 CCTV에서 몇달에 걸쳐 800회에 달하는 광고를 저렴하게 제공했으며, 다른 잡지와 신문에도 첸카이거 감독의 인터뷰가 줄을 이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무극>의 중국 제작사인 차이나필름 그룹은, 8개 영화사를 합병하여 건립한 중국의 대표적 제작사로 알려져 있다.
한편 <무극>의 한국 개봉일은 내년 1월26일로 예정되어 있다. 300억원에 달하는 총제작비 중 10%가량을 투자한 쇼이스트는 아직 <무극>의 정확한 배급규모를 정하지 않았지만, <영웅> <연인> 등 중국의 무협 대작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