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느끼해!” <울어도 좋습니까?>의 촬영이 한창인 전라북도 김제의 한 중학교 음악실, 감독의 “컷”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윤진서가 툴툴거린다. 뒷자리에서 연기하던 김동윤의 대사가 성미에 맞지 않았는지 윤진서는 입술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있다. 하긴,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열심히 했는데 그리 친하지도 않은 이성친구가 뜨악하게 “넌 영화 얘길 하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런 빤한 수작을 걸어온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민망해진 김동윤이 “그게 아니고요…”라고 해명하려고 하자 윤진서가 쿡, 웃음을 터뜨리고 다른 스탭들도 웃음을 머금는다.
<울어도 좋습니까?>의 현장은 유난히 환하고 경쾌하다. 또래뻘인 배우들은 현장에서도 정말 친구라도 되는 양 서로를 허물없이 대하더니, 기자간담회장에서는 아예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지고 깔깔깔 웃어젖힌다. 기자들이 잠시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그런 배우들과 조화라도 이루려는 듯, 분주히 움직이는 스탭들의 모습 또한 유난히 젊어 보인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영남(윤진서)과 재희(김동윤), 영남의 또 다른 남자친구 경수(서지석)와 여자 동창 혜진(이은혜)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내는 멜로영화답달까.
싱그러운 여름날을 배경으로 했던 이날의 촬영 분량은 영남과 재희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장면.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갔던 이날 가장 고생했던 것은 반팔 교복 차림으로 연기를 해야 했던 배우들이었다. 실내에 조명기를 켜놓았다 해도 맞부딪치는 무릎과 시린 어깨를 숨길 수는 없는 법.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윤진서와 김동윤은 긴팔 옷과 담요를 뒤집어쓰고 추위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하는 최창환 감독은 생김새처럼 조용히 현장을 지휘했지만, 컷 사인만큼은 단호하고 명쾌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영화아카데미 17기인 그는 <지구를 지켜라!>에서는 현장편집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태어난 곳인 전주에서 혼자 시나리오 작업을 한 탓에 평소와 달리 감성적이 된 것 같고, 그래선지 여성 작가가 쓴 시나리오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최창환 감독은 “고교생이 나오는 영화지만 30대 초반들에게까지 추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50%가량 촬영을 마친 <울어도 좋습니까?>는 내년 봄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