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때문인가…지금까진 반짝스타 지난해 말 인터넷 배우 검색순위에서는 ‘이변’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많은 관객들에게 아직 낯선 이름인 이준기(24)가 2004년 검색순위 최장기록을 올렸다. 그가 출연한 영화 <왕의 남자>가 개봉하기도 전, 에스비에스 드라마 <마이걸>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이준기’라는 이름이 인터넷에서 ‘폭발’했다. 극장에서 관객인사를 할 때면 여기저기서 ‘꺄~악’ 하는 소녀들의 비명이 어김없이 터져나왔다. <왕의 남자> 촬영 때 이준익 감독의 특명으로 ‘이준기 연기지도 전담반’을 했던 감우성이 “배우로 키워놨더니 왜 동방신기가 됐냐”라는 푸념 아닌 푸념을 했을 정도다.
텀블링등 대부분 몸연기 직접
선배들께 연기의 여유 배웠죠 그러나 그가 행복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중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광대 ‘공길’을 연기한 <왕의 남자>가 호평을 받으면서 본인도 ‘배우’로 인정받은 게 그가 고백하는 최고의 기쁨이다. “<왕의 남자>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너무 기뻐요. 배우야 작품에 묻어가는 거니까 작품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칭찬도 받는 거겠죠.” <왕의 남자>는 배우 이준기의 세 번째 출연작. 한국어로 연출된 일본영화 <호텔 비너스>(2004)의 반항적인 소년과 <발레 교습소>(2004)의 주인공 윤계상의 발랄한 친구를 연기했다. 흥행은 안 좋았지만 “좋은 감독과 일하는 게 너무 즐거웠던” 두 영화를 통해서 ‘제대로 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10대들이 좋아할 스타일의)외모 탓인지, 작품 흥행은 안 됐지만 그때도 잠깐 인터넷에서 반짝했어요. 당연히 금방 잊혀졌죠. 결국 작품으로 남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락프로 출연·아이돌 그룹?
음…전 그냥 연기만 할래요
“운동과 컴퓨터를 좋아하던” 부산내기 소년이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다. “고등학교 2학년때 친구를 따라 연기학원에 다녔어요. 그냥 멋있어 보여서였는데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연극배우였던 선생님이 무대에 선 걸 보고 완전히 ‘뿅’갔죠.” 배우의 결심을 ‘결사반대’하던 부모에게 ‘결사항전’하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달랑 30만원을 들고 가출해 “큰 물(서울)”로 올라왔다. “신촌 호프집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1년 동안 거의 매일 10시간씩 일하면서 등록금을 벌었어요.” 이듬해 서울예대 영화과에 들어갔다.
“<발레 교습소> 뒤에 오락 프로그램 출연과 아이돌 그룹 멤버 제안이 여러번 들어왔어요. 그냥 연기만 하려고 했죠. 그런데 인지도가 없으니까 캐스팅에서도 계속 미끄러졌죠. <왕의 남자>는 4차까지 오디션을 봤는데 아무래도 운동을 오래 했던 게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왕의 남자>에서 덤블링 등 대부분의 ‘몸연기’를 직접 해낸 그는 아직도 어떻게 촬영을 마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지금 내가 어떻게 하고 있나 이런 건 생각할 틈도 없었죠. 그래서 감우성 선배나 정진영 선배한테 배운 건 연기의 기술이 아니라 연기할 때의 여유였던 것 같아요.”
개봉을 앞두고 “영화 홍보를 위해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라고 하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는데, 나보다 더한 선배들 덕에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그는 지금 한창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마이걸>에서 “내가 봐도 영 쑥스러운” 왕자형 로맨티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드라마를 마치면 음악 프로그램 사회자의 코스로 가는 거 아니냐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냥 연기만 할래요. 다른 계획은 음…, 어학 공부를 많이 해서 나중에 외화 번역 같은 거 한번 해 보고 싶어요.” 그의 말마따나 연기만 해도 당분간 그에게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2월 <마이걸>이 끝나면 새 영화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대단한 선배와 함께 연기”하는 “훈훈한 가족영화”가 충무로가 주목하는 젊은 배우 이준기의 차기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