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이정재의 <태풍>을 필두로 권상우·유지태의 <야수>, 이성재와 최민수의 <홀리데이> 등 거친 사내들의 영화가 줄을 섰다. 2006년 4월 개봉을 예정하는 <사생결단>도 그 가운데 하나. 배우 황정민과 류승범이 짝을 이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4년 만이다. ‘징글징글하게 연기한다’는 것말고는 더 마땅한 수사가 없어 보이는, 이젠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의 몸통이 된 이들.
“장동건-이정재도 아닌데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류승범이 먼저 넉살을 떨었다. “우릴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요, 아이 참 우리가 장동건-이정재도 아닌데 어떻게 또 여성들한테 어필해야 할지…. (하하)” 옆에선 황정민이 석중(<너는 내 운명>의 주인공)처럼 머쓱히 웃는다. 부산 올 로케이션으로 완성될 이 영화가 60% 가량의 공정을 마친 지난 29일, 현지 촬영지에서 만난 두 배우의 웃음이 살갑다.
하지만 배역, 공간은 더럽기 짝이 없다. 자신의 구역을 넓히기 위해 형사의 끄나풀이 되는 마약 중간 판매상 상도(류승범)와 마약계 거물을 잡기 위해 상도를 이용하는 악질 형사 도 경장(황정민)은 그야말로 이 사회의 필요악. 물지 않으면 물리는 이 사회의 비열한 인간관계를 은유한다.
“뻔한 영화가 되지 않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해요”
“가장 고민하는 건 뻔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예요. 외줄 타듯 찍고 있는데 편집본을 보니까 묘해요.”(황정민) 그도 그럴 것이, <바이준> <후아유>로 디지털 세대의 감성을 세공하는 데 장기를 보였던 최호 감독의 작품이다. 한번도 영화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던 ‘아이엠에프 시대’의 ‘마약’과 ‘부산 뒷골목’이란 3대 조합은, “폭력적이면서도 인간적이고, 세련되고도 촌스러운”(정민) 아이러니를 비장하게 이끌어낼 듯하다.
먼저 캐스팅된 류승범도 최 감독의 작품이란 점을 의아해했다가, 실제 만난 뒤 “스타일이 강하다”며 놀랬다고 한다. 그가 ‘상도’에게 주문한 건, “찬스를 노리며 이빨을 드러내는 아이”다.
새해 첫 영화로 만나는 이들의 속내는 저마다 다르다. “2005년은 복에 겨운 한해였다”는 황정민은 힐러리 스웽크가 주연한 <11시14분>을 치켜세우며 “가을께 반드시 독립, 단편 영화를 찍을 계획”이라 했고, “이제 나도 흥행 배우 반열에 좀 올라서야지 않겠어요?”라며 유쾌하게 되묻는 류승범은 “많은 관객들에게 (배우로서 줄 수 있는 기쁨으로) 환원되고 싶다”고 전했다. ‘배우’의 양날개와 같은 바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