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팔고 조국 팔아 비행기 탔다”, “일제 수뇌부들의 비호와 지원으로 비행기를 불하받고 친선 비행에 나섰던 일제 선전도구를 인간 승리로 미화했다”. 영화 <청연>이 공개되기도 전에 흥분한 네티즌의 비난이다. <청연>이 친일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일제시대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그린 영화 <청연>은 거의 2주 동안 네티즌과 각종 온라인 매체들로부터 독한 비난을 받고 있는 것. 시발점은 언론시사 불과 이틀 전에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기사다. ‘제국주의의 치어걸, 누가 미화하는가’라는 자극적인 헤드카피를 단 이 기사는 고이즈미 현 일본 총리의 조부와의 염문설, 당시 일본 정계 인사들과의 친분 등 친일 성향을 비판받기 충분한 박경원의 행적들을 부각시켰다.
윤종찬 감독은 언론시사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박경원을 독립투사나 영웅으로 묘사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박경원은 양날의 칼을 손에 쥔 것처럼 꿈을 향해 노력할수록 조국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그 비극을 그리고 싶었다.” 감독의 공식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과 온라인 매체들이 만들어 끌고 가는 친일 ‘논란’은 계속됐다. 결국 지난해 12월28일 <청연>의 제작·투자·배급사 코리아픽쳐스가 다시 한번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는 한국 최초 여자비행사로 공식 기록된 권기옥씨의 유족들이 이의 제기한 홍보문구 ‘조선 최초의 여류비행사’를 ‘조선 최초의 민간 여류비행사’로 수정했다는 사실도 들어 있다. 12월29일 이 영화가 개봉하면서 친일 시비는 많이 잦아든 분위기다. 코리아픽쳐스의 강주희 한국영화팀장은 “일반시사 리서치 결과, <청연>을 친일영화로 인식하는 관객은 극히 소수였다”면서 “대다수는 그런 사전 정보가 관람욕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