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유지태·권상우 주연의 누아르 영화 <야수> 언론 첫 공개
2006-01-04
글 : 오정연
무대 인사 중인 <야수>의 감독과 배우들

지난 1월3일 오후 2시. 공존할 수 없는 세 남자의 욕망이 빚어낸 비극을 담은 누아르 영화 <야수>가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었던 열혈 형사 장도영(권상우), 악을 향한 근본적인 증오를 지녔으면서도 원칙과 이성을 우선시하는 검사 오진우(유지태). 살면서 한번도 부딪히지 않았을 것 같은 너무 다른 두 남자는 조직폭력배이자 정계진출을 노리고 있는 구룡파 보스 유강진(손병호)을 처벌하기 위해 말그대로 악전고투를 벌인다. 이 영화로 데뷔전을 치른 김성수 감독(<무사>의 김성수 감독과는 동명이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소신이나 원칙들이 다 사라져버려 결국 폭력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실패자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과연 빠져나갈 구석 하나없이 마지막 단 한 숨까지 소진하는 세 남자의 비극은 더이상 어두울 수 없을 정도로 비장하다. 시종일관 흔들리는 카메라, 인물에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의 앵글, 악에 받친 듯 처절한 액션,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가와이 겐지의 음악 등 영화의 모든 요소들은 이들의 대립을 극대화한다.

각자가 나아길 길 앞에서 추호도 망설이지 않는 사내들이 주인공인 <야수>는 단순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의 영화다. 모든 것을 잃고 복수심만 남은 남자, 장도영을 연기한 권상우는 곱상한 외모를 까칠한 분장 속에 감추고 시종일관 땀내나는 액션을 선보이느라 가장 수고한 배우 중 한 명. 그는 기자간담회장에서 “개인적으로 <야수>가 지금까지 찍은 영화 중 가장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며 영화를 향한 진심을 내비쳤다. 또한 공권력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문제로 인해 영화가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18세 관람가, 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는 여유를 선보이기도. 고삐풀린 망아지같은 장도영을 길들이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절대 악을 상대하면서 점차 장도영의 분노를 이해하게 되는 검사 오진우는 자기도 모르던 야수의 본능에 귀기울이며 변해가는 인물. 입에 붙지 않는 법률용어를 쉴 새 없이 소화하면서 미묘한 변화까지 표현해야 하는 까다로운 캐릭터를 연기한 유지태는 무대인사 자리에서 “어쩌죠? 우리 영화 너무 잘 될 것 같아요.”라며 농담처럼 자신감을 표했다. 이후 그는 “우리 영화는 전반적으로 정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정형성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만족한다”는 개인적인 소감을 남겼다. 그러나 장도영과 오진우의 극단적인 분노와 좌절 역시, 사람좋은 미소 뒤로 섬뜩이는 광기를 감춘 유강진이라는 절대악이 없었으면 이해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균형을 잡아준 손병호의 설득력있는 연기는 제법 인상적이다. <엄마>의 사람좋은 큰아들 이후 180도 다른 면모를 선보인 손병호는 “인간 모두에게 야수상이 있다고 본다. 참을 수 있느냐 다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느냐의 차이”라며, “개인적으로 나는 야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류스타인 권상우의 출연으로 이날 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는 일본 취재진도 일부 눈에 띄었다. 오는 12일 국내관객에게 선보일 <야수>는 오는 2월 일본에서 <아름다운 야수>라는 제목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사진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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